등록 : 2018.05.24 15:54
수정 : 2018.05.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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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완연한 강원도 산골의 계곡에서 얼음장이 녹아 물방울을 떨구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액체가 응고하는 시점의 온도 곧 액상선 온도를 처음 측정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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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 정욱철 박사 연구팀
액체가 고체 되는 액상선 온도 측정
주석의 응고 기준온도 오류 밝혀내
기존 표준온도보다 0.00095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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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완연한 강원도 산골의 계곡에서 얼음장이 녹아 물방울을 떨구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액체가 응고하는 시점의 온도 곧 액상선 온도를 처음 측정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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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은 고유의 온도에서 상이 변한다. 액체 상태의 물질이 굳는 과정에서 가지는 온도를 응고 온도라 하고, 고체 상태의 물질이 녹는 과정에서 가지는 온도를 용융 온도라 한다. 또 액체 상태의 물질이 응고하기 시작하는 시점의 온도를 액상선 온도, 고체 상태의 물질이 용융하기 시작하는 온도를 고상선 온도라 한다. 물질이 불순물 없이 순수하다면 상변화 때 온도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네 가지 상변화 온도는 동일하다.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동안 만큼은 온도의 변화 없이 같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 모든 물질에는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 네 가지 상변화 온도 값에 차이가 생긴다. 이 가운데 온도가 변해도 시작점 만큼은 불변이기에 액상선 온도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값이다. 이에 따라 국제온도표준은 특정 물질의 액상선 온도를 가장 이상적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가령 국제온도표준(ITS-90)은 영하 259.3467도에서 961.78도의 범위에 대해 상변화 온도를 이용해 온도를 정의하는데, 231.928도는 주석의 응고 온도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액상선 온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이 기준온도가 실제 주석의 액상선 온도와 일치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현재의 기준온도는 물질의 응고 및 용융 온도로 액상선 온도를 근사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구해왔다.
국내 연구팀이 액상선 온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액체 금속이 고체로 응고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액상선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열유체표준센터의 정욱철 책임연구원은 24일 “독자적인 온도제어 원천기술을 통해 이상적인 표준온도인 액상선 온도를 측정해 현재 국제온도표준에서 기준온도로 사용하는 응고 온도에 큰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은 측정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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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철 책임연구원이 압력제어식 온도제어장치를 사용해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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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액상선 온도는 응고 시작 때의 과냉각이나 용융 종료 때의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인해 연속적인 응고나 용융 같은 통상적 상변화 과정을 통해서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정 연구원은 주기적인 열 펄스를 가해 물질이 상변화하는 속도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물질의 용융 종료 순간(=응고 시작 순간)으로 되짚어 가는 방식으로 온도를 결정했다. 연구 결과 지금까지 231.928도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된 기준온도인 주석의 응고 온도보다 주석의 액상선 온도가 0.00095도 더 높았으며, 액상선 온도와 함께 결정된 주석의 고상선 온도는 액상선 온도보다는 낮았으나 기존 응고 온도 대비 0.00049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온도표준의 불확도를 상회한다.
정 연구원은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던 미량 불순물 분포가 물질 상변화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검증했다는 점과 향후 국제온도표준의 개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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