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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9 21:42 수정 : 2006.01.10 08:11

생명공학 거품과 현실

7년전 경희대팀 깜짝 발표
실사 결과 실험노트조차 없어
4년전 미 ACT사 “성공” 주장
단성생식 논란에 편집진 사퇴
배반포 배양 성공 아직 없어

황우석 교수팀의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데다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도 불투명해, 줄기세포 연구는 걸음마 단계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대문 5개 중 1개를 2004년에 열었고 2005년에는 대문 4개를 한꺼번에 열어 (난치병 치료까지) 사립문 몇 개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대문들은 다시 닫히고 말았다.

추문으로 시작한 체세포복제 연구=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복제 연구는 인간복제 가능성이라는 윤리적·사회적 논란을 떠나 과학적 측면에서도 ‘물의’와 함께 시작됐다.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해 ‘황 추문’의 시작을 알린 지난해 12월13일로부터 꼭 7년 전인 1998년 12월14일, 경희대의료원 불임클리닉의 이보연·김승보 교수팀은 “세계 최초의 인간 배아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달 전인 11월6일 미국의 제임스 톰슨이 세계 최초로 인공수정 배아로 줄기세포를 배양했다고 발표한 뒤여서 세계 과학계는 깜짝 놀랐다. 연구팀은 2명의 여성한테서 난자 6개를 얻어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배아를 복제해 이 가운데 1개가 4세포기(세포가 두 번 분열해 4개로 쪼개진 것)까지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문신용·황우석 교수 등 대한의학회에서 파견된 실사팀에게 제출된 연구 증빙자료는 4세포기 분열 사진뿐이었다. 실험노트 하나 없는 부실한 자료와 윤리논란으로 ‘재연 실험을 해보이겠다’는 연구팀의 제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용 난자 수에서도 실사팀은 23개가 쓰였다고 밝혀 연구팀 발표와 엇갈렸다.

황 교수와 ACT의 논쟁=경희대 팀의 발표 20개월 뒤 황 교수는 “36살 남자의 체세포로 복제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해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소 난자에 인간 체세포 핵을 이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교수의 발표에 대해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 쪽은 “호세 시벨리 박사가 1999년 6월 인간 체세포를 소 난자에 이식해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을 한 뒤 줄기세포주를 확립해 이미 특허 출원을 했다”고 반박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양쪽 연구팀 모두 논문은 없이 ‘특허 출원’만을 가지고 공방을 벌였다.

ACT 추문=황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이기도 한 시벨리 박사와 로버트 란자 박사 등 ACT 연구팀은 2001년 11월25일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복제에 성공했다”며 논문을 <생식의학저널> 인터넷판(이-바이오메드)에 발표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7명한테서 71개의 난자를 얻어 3개의 배아 복제에 성공했고, 이 가운데 2개는 4세포기, 1개는 6세포기까지 키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구논문에는 체세포와 복제배아의 디엔에이지문이 일치한다는 자료가 없어 처녀생식(단성생식)이 아니냐는 의문이 과학자들 사이에 제기됐다. 논란 끝에 일주일 뒤 이-바이오메드의 존 게하르트 편집자문위원이 사퇴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실패한 실험이라는 논란이 이는데도 편집장은 논문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욱이 저널의 자문위원에는 ACT 소속 과학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한 달 뒤 두 명의 편집자문위원이 추가로 사표를 내 시벨리와 란자의 연구는 학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배반포 배양 공식 기록 없는 셈=황 교수의 ‘라이벌’로 지칭되던 ACT의 란자 박사는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2003년 말 16개의 난자를 사용해 12개의 배반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계에 발표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영국의 뉴캐슬대 불임센터의 앨리슨 머독 박사팀은 11명의 불임여성한테 얻은 36개 난자로 1개의 배반포를 만들었다고 <생식임상의학>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이들은 인간 체세포 핵을 난자에 넣은 것이 아니라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의 핵을 주입한 것이어서 ‘정통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연구와는 거리가 있다. 한 달 뒤 벨기에의 겐트대 연구팀이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핵치환을 통한 배아복제에 성공했지만, 배반포단계까지 배양하지 못했다. 9월 복제양 돌리의 이언 윌머트 박사팀이 300개의 난자를 사용해 배반포까지 키웠다는 6개의 배아는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다.

결국 황 교수팀이 2004년 논문도 ‘가짜’임을 시인함에 따라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추문으로 얼룩졌을 뿐, 어느 누구도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에 성공했다는 공식적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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