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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3 17:52 수정 : 2006.01.23 17:59

“착각은 그만”…우주비밀 새 열쇠 던져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 연구팀(이영욱·이석영·윤석진 교수)이 지난 19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한겨레> 20일치 2면)은 기이한 물리현상으로 여겨지던 ‘구상성단들의 이중 색분포’를 상식적인 현상으로 되돌려놓았다는 의미가 있다.

천문학자들은 1990년 우주에 띄워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별들을 관찰하다 깜짝 놀랐다. 구상성단들의 평균적 색 분포가 푸른 계통이 반, 붉은 계통이 반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른바 ‘구상성단들의 이중 색분포 현상’이다.

구상성단이란 우주에 수많이 존재하는 타원은하의 주변에 존재하는 1만개 정도의 별들의 집단을 말한다. 구성성단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쌍둥이별’ 100만개 정도가 중력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구상성단 이중 색분포’ 중앙 함몰되게 잘못 그려
중원소 함량따라 배열 정규분포 곡선으로 바로잡아
“열악한 천문학 연구 인프라 극복하려 생각 몰입”

구상성단들의 색깔이 달리 보이는 것은 중원소 함량과 관련이 있다. 중원소는 우주 초기 빅뱅 순간에 생긴 헬륨과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를 통칭한다. 중원소는 태양처럼 별 속의 핵융합반응 결과 만들어진다. 별이 죽으면 은하로 내보내진 중원소들이 다시 별을 형성하는 단계를 거치므로, 중원소가 많을수록 늦게 만들어진 별로 볼 수 있다. 중원소가 많으면 붉은 색을, 적으면 푸른 색을 띤다.

<그림1> 타원은하의 구상성단들을 색깔별로 모아놓으면 푸른 색과 붉은 색으로 두 계통으로 갈려 마치 낙타 모양처럼 봉우리(피크)를 이루고 가운데가 함몰된 그래프가 나타난다.
우주의 형성은 중원소들이 합쳐서 별을 이루고, 이 별들이 모여 성단을, 성단들이 모여 은하를, 은하들이 다시 합쳐져 타원은하를 이루는 과정을 거쳐왔다. 상식적으로는 중원소 함량이 적은 성단 곧 푸른 색 성단부터 중원소가 많은 성단 곧 붉은 색 성단까지 산 봉우리처럼 생긴 연속적 정규분포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관찰한 결과 구상성단들은 낙타처럼 봉우리가 두개이고 가운데가 함몰된 ‘비상식적인’ 그래프(?5c그림1)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천문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중원소 함량을 가진 두 종류의 성단족이 한 은하 안에 흩어져 있어 색분포 양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져왔다.

세계 10여곳의 대학과 연구소들은 이 현상을 은하 형성 실마리로 보고 5가지의 이론을 내놓았다. 관련 논문만 10여년 동안 200편 이상이 발표됐다. 색분포 양분 현상은 1977년 주어리 툼리(Juri Toomre) 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내세운 나선은하병합론의 증거로 해석돼왔다. 나선은하들의 합병을 통해 거대한 타원은하가 형성된다는 이론으로, 은하가 합쳐지는 순간 두개의 이질적인 성단족이 생겨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세대 연구팀이 <사이언스>에 내놓은 구상성단들의 색분포 해석은 이질적인 두 종류의 성단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정설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6천만 광년 거리의 M49 은하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이 은하의 성단 150여개를 중원소 함량에 따라 배열해놓고 보니 연속적인 정규분포 곡선을 보였다. 그러나 관측되는 색깔로 배열했을 때는 정비례가 아닌 변곡점이 있는 곡선 모양(?5c그림2)이 됐다. 이 곡선이 꺾이는 변곡점 부분이 막대그래프(히스토그램)에서는 함몰된 모양으로 보여, 마치 성단들이 두 종류로 갈라져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는 것이다. 가령 주름살의 간격으로 인류의 나이를 재는 기계가 있다고 치자. 주름살이 30살까지와 50살 이후는 나이에 따라 고르게 늘어나는 데 비해, 그 중간에서는 빠르게 늘어나 간격이 촘촘해진다면 이 기계로는 “인류의 나이는 30살과 50살이다”라는 비상식적인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림2> 실제 중원소 함량에 따른 분포는 B처럼 정규분포를 보이면서도, 색깔 관측을 통한 분포는 변곡점 A처럼 나타나 이 부분이 막대그래프에선 함몰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윤석진 교수는 “이질적인 두 종류의 성단이 존재한다는 색분포 양분현상에 대한 해석은 애초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으로, 이를 근거로 한 모든 은하형성이론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색분포 양분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던 계층적 은하생성론이 다시 은하 형성을 설명하는 주도적 이론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계층적 은하생성론은 수많은 작은 은하들이 먼저 생겨난 뒤 서로 합쳐지면서 거대한 타원은하가 형성된다는 고전적 이론이다.

이영욱 교수는 “10m짜리 천체망원경 하나 없는 열악한 우리 나라 천문학 연구 인프라 덕분에 관측에 힘을 쏟을 시간에 생각에 몰입할 수밖에 없던 것이 이런 뛰어난 연구성과를 낸 배경”이라고 역설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1999년에는 구성성단인 오메가 센타우리가 우리 은하와 충돌한 왜소은하라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해 <네이처>에 논문을 실었다. 또 2002년에는 우리 은하 구상성단계의 ‘오스터호프 이분법’의 기원을 최초로 규명하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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