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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생동물구조센터 김영대 소장이 3일 진료실에서 지난달 말 오른쪽 날개 뼈가 부러져 접합수술을 해 준 수리부엉이의 회복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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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센터를 찾은 야생동물 환자수는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집계된 것만 88종 638마리에 이른다. 그 가운데 완치가 돼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동물은 30%가 조금 넘는다. 나머지 70% 가까이는 모두 죽었다. “야생동물은 아주 치명적인 상태가 아니면 쉽사리 사람들에게 발견돼 구조되지 않거든요. 무리에서 떨어진 어린 동물이 별다른 상처없이 그저 탈진해서 구조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이 나름대로 먹이를 먹이려고 하는 등 도움을 주려고 시도해보다가 잘 안되면 데려오다보니 너무 늦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인들이 주려고 시도하는 ‘도움’이라는 것은 육식을 하는 매와 같은 맹금류한테 곡식을 먹으라고 주는 등 야생동물에게 별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센터로 이송된 야생동물 10마리 가운데 3마리 밖에 살아 나가지 못하는 것이 단지 그 때문만일까? 그는 “다시 야생에 돌아가서 생존할 수 있느냐를, 야생동물 구조와 치료의 전제로 삼는 것이 근본 이유”라고 털어놨다. 구조센터에 야생동물이 이송돼 오는 순간부터 그의 가슴 속에 갈등이 시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령 치료를 하더라도 치명적 장애가 남아 야생에 돌아가서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안락사에 처해진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날개 절단 수술을 받고 날 수 없는 새가 돼서 순천만 방문객센터 옆 대형 새장에서 살아가는 수리부엉이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인 셈이다. 치료가 잘 됐는데도 회복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간 동물들도 많다. 먹이는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공간의 크기와 형태가 종마다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알맞은 ‘환자식’과 ‘입원실’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용으로 마련된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뛰어다니지도,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죽어간 어린 수달과 참수리 등은 그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다보니 회복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으나 나가서 적응하다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란 생각에서 적당히 회복돼 생존확률이 60~70%가 된다고 판단되면 내보내기도 합니다. 그런 판단을 할 때가 제일 고민스런 순간입니다.”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는 야생동물 환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비슷한 처지의 인간 환자들을 바라보는 일반 의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전해 졌다. “모든 동물들을 다 안고 갈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가 남을 동물들도 치료해서 보호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준다면, 그런 동물들은 야생에 있는 동물보다 종 보존을 위한 연구용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교육용으로 더욱 가치있게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런 주장을 반복한 결과 지난해 순천시 인안동에 국내에서 처음 야생동물을 위한 재활훈련실까지 갖춘 전남도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장비까지 들어왔는데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와 전남도가 건물과 장비만 지원해주고 운영비는 나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산 확보가 안돼 수의사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생동물 치료를 처음 시작했던 90년대 말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읍니다. 수의학과 후배들이 야생동물 치료를 전문으로 해보겠다고 구조센터를 찾아오지만, 대부분 야생동물 구조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이 안되는 현실에 절망하고 떠나갑니다.” 그렇게 떠나는 후배들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깝다는 그는 “야생동물 한 마리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여전히 외로운 야생동물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순천/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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