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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동진강 하구에 있는 전북 김제시 광활면 은파리 개펄에서 힘이 빠진 흑꼬리도요 한 마리가 소금기가 가득한 펄 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못하고 배를 드러낸 채 누워 버둥거리던 이 새는 한참 뒤 겨우 몸을 추슬러 물가로 달아났다. 전문가들은 새만금 개펄의 상실로 먹이와 쉼터가 없어지면서 2년 안에 동아시아의 도요·물떼새들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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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 탈진 힘겨운 날갯짓
마른 물길따라 조개 떼죽음
“인자 뭘하나” 어민들 한숨
끝막이 공사 한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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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시 진봉면 거전리 갯벌의 갯고랑에 죽은 동죽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담수가 밀려드는 장마철엔 더 많은 조개들이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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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전개펄에서 도요·물떼새를 조사하던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 아드리안 보일은 “이런 장관을 보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외국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새를 살피려고 새만금을 찾은 영국인 알란 이튼은 “새만금은 새 애호가에겐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정말 끝난 거냐?”고 되물었다. 어민들은 체념 상태였다. 작은 배 세 척을 둔 정순모(53)씨는 “이제 밖에선 고기가 못 들어오는데, 안에 고기가 있어야 잡지!” 한탄하며 대낮부터 소주를 들이켰다. 지난주엔 심포와 문포 바다에 적조까지 발생했다. 어부들은 1200여척이 남아 있는 새만금 어선의 ‘감척 보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부안·김제/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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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거전갯벌을 찾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의 조류연구자들이 망원경으로 도요·물떼새의 개체 수를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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