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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다리들의 전시장과 같은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솔페리노 다리는 아치형 다리 위에 직선형 다리가 이중으로 놓인 보행자 전용 다리로 유명하다(00쪽 사진). 솔페리노 다리는 단순히 건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등 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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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시민친화적 다리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에서) 세계문화유산 다리 10여곳 프랑스 파리의 센강은 강 자체뿐 아니라, 그 위에 놓인 다리로도 기억된다. ‘퐁뇌프’는 영화로, ‘미라보’는 시로 널리 알려져 파리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센강은 본류에만 36개의 다리가 있다. 쉴리 다리부터 이에나 다리까지 10여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미라보 다리, 퐁뇌프 다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근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센강 유람선 바토무슈에서 듣는 센강에 관한 설명 가운데 반 이상은 다리와 다리를 둘러싼 역사들이다. 센강의 다리들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센강의 다리는 자동차보다 사람에게 가깝게 열려 있다. 36개 다리 가운데 2개의 자동차 전용 다리와 2개의 전철 전용 다리를 뺀 나머지는 모두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3개는 보행자 전용이다. 루브르박물관 옆 데 자르 다리, 에펠탑 근처의 드빌리 다리, 오르세미술관 옆의 솔페리노 다리는 걸어서 강을 건너는 이들로 끊임없이 북적인다. 보행자 전용 3곳 강물 만져질 듯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매끈하게 빠진 솔페리노 다리는 모양부터 평범치 않다. 아래쪽에 위로 휜 아치 모양 구조물이, 그 위쪽에 직선형 구조물이 이중으로 놓여 있다. 둘은 다리 중간에서 만나는데, 아래쪽 아치가 위쪽 직선형 구조물이 받는 중력까지 받치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위와 아래 어디로도 건널 수 있다. 아치를 통하면 발 바로 아래에 만져질 듯 흐르는 센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솔페리노 다리와 비슷한 모양을 지닌 다리가 한강에도 있는데, 프랑스 사람이 설계한 선유교다. 한강에서 하나뿐인 보행자 전용 다리다. 현재 파리는 네번째 보행자 전용 다리를 짓고 있다. 흔히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여 ‘미테랑 도서관’으로도 부르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앞에 놓이는 베르시·톨리아크 다리다. 두 개의 아치가 하나는 위로, 다른 하나는 아래로 휘어져 겹쳐진 파격적인 모양이다. 이 다리 역시 위쪽으로 굽은 구조물이 아래쪽으로 휜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파리시는 2000만유로를 들여 올여름까지 이 다리를 완공할 계획이다. 앙드레 마리 블롱 파리도시연구소 부소장은 “솔페리노 다리와 베르시·톨리아크 다리의 설계에는 시민들로 하여금 센강을 가까이서 보게 하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며 “시민들이 강 주변 둔치뿐 아니라 다리를 통해서도 강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 센강의 다리는 물을 건너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 주변에 가볼 만한 시설들이 많기 때문이다. 센강 양안에는 세계적인 박물관인 루브르를 비롯해 고흐·고갱 등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많이 전시하고 있는 오르세미술관, 루이 14세가 완공했다가 프랑스 대혁명 때 불타 지금은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튈르리궁전,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등 주요 문화공간들이 밀집해 있다. 다리에서 200m를 벗어나는 명소가 별로 없다고 할 정도다. 다리주변 미술관·박물관 즐비듯 블롱 부소장은 “파리의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은 센강 양안에 집중돼 있고 다리가 이것들을 연결한다”며 “20세기 초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면서 다리를 건너 이 시설들을 연결할 필요성이 커졌고, 그에 따라 다리들이 놓였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태준 건축사는 “센강의 보행자 전용 다리는 단순히 강 양안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용할 만한 어떤 시설들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한강에 보행자 전용 다리를 놓을 때도 강 양쪽에 시민들이 즐길 시설들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프라하 카를루프 다리 귀족과 평민 편가른 강, 다리가 통합
부다페스트 세체니 란츠 왕궁과 도심 연결 교통·관광 중심지도시를 만든 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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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년 완공된 체코 프라하의 카를루프 다리는 강 서쪽 왕궁·대성당(사진 위쪽)과 강 동쪽 저잣거리(아래쪽)를 연결함으로써 강 양쪽의 두 개 도시를 하나로 통합한 다리였다. 지금은 보행자 전용으로 바뀌어 종일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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