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2 18:00
수정 : 2005.03.02 18:00
|
지율 스님이 100일간의 단식을 푼 이후 처음으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들이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을 보고 천성산 문제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
“제대로된 영향평가 뒤 공론 모으자”
“경칩이 다가오니 마음은 먼저 천성산으로 가 있습니다. 도롱뇽과 뭇 생명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눈에 담아야겠습니다.”
지난달 4일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이끌어 내고 100일에 걸친 단식을 풀었던 지율 스님의 얼굴은 한달 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율 스님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40여분간 허리를 꼿꼿히 세운 채 예의 맑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사회 경험이 없는 저로는 여러가지 가치관 속에서 이렇게 파장이 크게 올 줄은 몰랐습니다.”
지율 스님이 전하는 말의 행간에는 운동가가 아닌 수행자의 소박함이 묻어 났다. 그러나 지율 스님도 조금은 변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을 보고 천성산 문제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운동 경험의 부족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환경단체들과도 함께 하는 기회를 넓혀 가겠습니다.”
지율 스님은 이날 미리 준비한 ‘3월의 길을 나서며’라는 글을 통해 “혹자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을 막아선 한 마리의 도롱뇽이라고 (자신을) 비난하지만 멸종 위기에 놓인 한 마리의 도롱뇽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며 “제대로된 영향평가를 통해 공론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전에도 결과만을 보고 단식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또다시 단식에 들어갈 뜻이 없음을 돌려 말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딴지걸기식’으로 제기한 ‘100일 단식 불가설’과 ‘사찰에 의한 환경파괴’에 대해서는 “조갑제씨의 글을 읽었지만 그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개인적으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당시 기록한 단식일지가 있으며 사찰에 난 길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있던 길로 마을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길”이라고 차분하게 해명했다.
한편, 천성산대책위는 이날 지율 스님과 지하수·지질 관련 전문 교수 5명, 환경운동가 1명 등 모두 7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꾸렸으며, 3일 정부 쪽 조사단과 첫 실무회의를 통해 공동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율 스님은 참관인 정도의 자격으로 조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음 주 초 천성산으로 내려가는 지율 스님은 현재의 건강상태에 대해 “아직까지 오래 걷지 못하고 죽을 먹고 있지만 나머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이미 천성산에 가 있는 듯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