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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100일간의 단식을 푼 이후 처음으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들이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을 보고 천성산 문제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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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많은 분들이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을 보고 천성산 문제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회운동 경험의 부족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환경단체들과도 함께 하는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미리 준비한 ‘3월의 길을 나서며’라는 글에서 “혹자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을 막아선 한 마리의 도롱뇽이라고 (자신을) 비난하지만 멸종 위기에 놓인 한 마리의 도롱뇽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며 “제대로된 영향평가를 통해 공론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결과만을 보고 단식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또 다시 단식에 들어갈 뜻이 없음을 돌려 말했다. 스님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아직 10미터 이상을 걸어보지 못했고, 지금 앉아있는데도 한기가 느껴져 떨린다”면서도 “나머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스님은 앞으로의 거취와 관련해, “마음 속으로 경칩이 먼저 와 있다. 도롱뇽이 깨어나고, 다른 생명들도 같이 깨어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담아야겠다”며 “다음주 초쯤 천성산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월간조선, “물 외에 어떤 칼로리를 섭취했나? 10여일 이상 행적을 대라” 이날 간담회 도중 <월간조선> 기자는 ‘100일 단식 불가설’과 ‘사찰에 의한 환경파괴’를 비롯해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이 제기한 주장을 다시 집요하게 캐물었다. 월간조선 기자는 “통상적으로 단식이라고 하면 물만 섭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 이외에 어떤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10여일 이상 행적 파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천성산이 도로, 절이나 산림도로, 러브호텔 등으로 훼손상태가 심한데, 스님은 언제부터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나”라고 잇달아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스님은 “그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개인적으로 할 말이 없다”며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당시 기록한 단식일지가 있으며 사찰에 난 길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있던 길로 마을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길”이라고 차분하게 해명했다. <월간조선> 기자의 질문을 듣던 다른 기자들은 “어디 단식이 물만 먹나? 소금도 먹지”라고 수군대기도 했다. “공동조사 뒤에도 결론 안나면 대법원 판결 기다릴 것” 한편, 천성산대책위는 이날 지율 스님과 지하수·지질 관련 전문 교수 5명, 환경운동가 1명 등 모두 7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꾸렸으며, 3일 정부 쪽 조사단과 첫 실무회의를 통해 공동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율 스님은 참관인 정도의 자격으로 조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재철 대책위 국장은 “터널 발파공사 중지를 포함한 3개월간의 공동조사가 끝난 뒤 세미나 등을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공동조사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요약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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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법륜스님 : 지율 스님과 관련해 많은 오해가 있다. 도롱뇽 몇 마리 살리자고 국가사업이 중지돼도 되는가라는 오해다. 자기 문제로 보느냐 남의 문제로 보느냐의 차이같다. 자세히 내막을 아는 것과 피상적으로 듣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율 스님 :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는 자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불안과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후 일문일답)
-건강상태는?
=정토회에 온 이후로 10미터 이상 걸어보지 못했다. 아래층에 내려가 보지도 못하고…. 지금 앉아 있는데도 떨린다. 한기가 지금도 있다. 나머지는 잘 지내고 있다. -식사는? =아직까지는 미음을 먹고 있다. -단식 이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사회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가치관 속에 자신이 놓여있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파장이 크게 올줄은 몰랐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치 속에서 한번쯤은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여준 분도 계셨다고 생각한다. -100일 동안 단식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일보 조갑제씨 글도 봤다. 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것이 세상의 상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는 물과 소금 외에 차와 간장을 먹었다는… 이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개인적으로 할 얘기가 없다. -단식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밖에서 볼 땐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저는 시디(초록의 공명)를 만들고 일을 하면서 천성산 문제가 저에게 온 인연에 항상 감사했다. 특별하게 심리적인 어려움 없이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저 자신한테 말하고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하루 일과는 특별한 게 없다. 공동조사라든지 앞으로 천성산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 그동안 거리에 서서 다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심리적인 정리들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게 되는데, 결과가 서로 상반되게 나오고 합의가 안 이뤄지면 다시 문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 공동조사 결과를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계획있나? =결과에 대한 부분도 중요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영향평가를 받지 못한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다 같이 고민해볼 부분이지 내가 결정을 내려서 결정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관행으로 잘못된 영향평가, 국토에 대한 가치폄하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영향평가가 공론을 통해 생각을 모아가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3개월 동안 공동조사를 한다고 해도 터널 안전성 문제나 지하수 영향 문제를 알아내기 힘들 것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영향평가를 한다는 소원도 어려울 것이고 결과도 뜻대로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 =천성산 구간의 경우 16㎞의 장대터널이다. 이미 인지하고 있는 13개 단층대와 늪을 지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집중적으로 할 부분은 산 전체가 아니라 늪과 계곡, 지하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것이다. 1년도 모자랄 수 있다. 프랑스는 영향평가를 7~8년 하고 건설을 2년 했다. 4년 동안 목숨을 걸고 단식, 기도를 하고 사정을 해도 이 정도 얻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한계다. 3개월로 완벽한 것을 얻어내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원하는 중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것으로 본다. 교수들과 의견을 나눴다. -협상에 있어 지율 스님은 얼마큼 관여하나? =공동조사하는 교수님들과 자문위원 정도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 같다. -단식을 또 할 생각이 있나? =영향평가 결과로 단식을 한 것은 아니다. 100일 단식의 끝에서 저를 바라보는데… 단 한번도 제 기사에 단식 시작 시점과 이후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을 못 봤다. 단식은 법원 앞에서 결론을 내리기 한 달 전부터 했다. 어떤 결과만을 보고 단식을 했던 것은 아니다. -과정 말씀을 했다. 터널 발파공사를 중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양보를 할 수 있나? =계속 정부 쪽과 협의중이다. -도롱뇽의 친구들에게 한 말씀. =어려운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줬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자발적으로 도롱뇽 친구들을 결성했고, 초록의 공명이라는 낯선 이름 속에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일은 제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이라는 것을 그 분들을 통해 느꼈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여기 온 지 한 달 정도 됐다. 천성산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경칩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먼저 가 있다. 도롱룡이 깨어나고 있겠구나. 물론 다른 생명들도 같이 깨어나겠지만 그 깨어나는 모습들을 사람들에세 조금이라도 담아줘야겠다. 천성산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다음주 초쯤 내려갈 생각이다. (이어 월간조선 기자 질문) -아무리 좋은 뜻으로 단식을 해도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다. 통상적으로 단식이라고 하면 물만 섭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 이외에 어떤 칼로리를 섭취했는지. 10여일 이상 행적 파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천성산이 도로, 절이나 산림도로, 러브호텔 등으로 훼손상태가 심한데, 스님은 언제부터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나? =단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물과 소금… 간장과 차를 마셨다가 단식이다 아니다는… 단식일지가 있다. 들어가 보면 심리적인 기록들이 자세히 있고, 내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왜 거기에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다. 환경파괴를 하고 있는 절(내원사)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가, 많은 사람들이 얘기 한다. 실제로 내원사는 1300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고찰이다. 스님들이 60명 정도 있다. 양산 8경으로 양산의 문화, 자연환경을 대표한다. 양산 8경중에 4경이 천성산에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등 여러가지 보호구역이 겹쳐 있어 담이 허물어져도 문화재청에서 와서 허가를 받고 보수를 한다. 우리 마음대로 나무를 베거나 허락을 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경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양산시에서 하고 있는 개발사업이다. 관광화가 거의 20%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천성산의 현장을 보고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원사 자체로 도로를 만들거나 훼손한 부분은 없다. 지금 도로는 20년전부터 있었고, 내원사를 위해 낸 길이 아니다. 민가가 그 안에 있었다. 산림길이었지 우리가 깎아서 낸 길은 거의 없다. 30년 전에 있었던 길들이었다. 사찰은 분뇨 등도 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 -러브호텔에도 관심을 가졌나? =러브호텔이 가장 힘들었다. 내원사 입구가 사유지고… 일주문 앞은 보호지역이 중복지정돼 있다. 일주문 밖은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개인이 와서 러브호텔을 짓는데 계속 문제를 제기하지만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 입구의 땅을 매입하고, 화엄벌 앞의 군부대 땅도 매입하는 등 땅을 계속 매입하고 있다. -왜 단식기간 중에 일반적인 행태를 벗어나는 단식을 했나? 보통 목숨을 얻어내는 단식과는 달리… 저녁에 어디 계신지 모른다던가…. =어디에 있을지 모를 정도로 숨지는 않았다. -마지막 잠적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통인동에 있었던 것도 이유가 있다. 청와대에서 일정거리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19일 동안 경복궁 가까운 곳 수녀원에도 있었다. 일부러 몸을 숨긴 게 아니다. 청와대가 접근을 막으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마지막 자리를 비웠던 것은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고… 사회적 혼란을 피해가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이후 다른 기자 질문) -환경단체와 연대하지 못했다.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는데. =환경단체와의 문제는 대부분 제 잘못이었다. 제가 사회운동 쪽을 잘 못 들여다 봤고… 사회성이 없다보니 제 자신의 원칙에 매어 있었다. 그 분들에 많은 빚을 졌다. 극렬했던 문제들, 도롱뇽 소송을 초록의 공명이라는 운동으로 전환하고 있으니 그 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창을 넓혀가겠다. 공명이라는 말답게 저 자신도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 용감하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울고 사정하면서 이 일을 했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순간부터 잠을 잘 못 잤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낯설고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세상에 나가야 하는지 두렵다. 화해를 잘 못한 것도 있어서 두렵다. -공동조사단 활동에서 크고 작은 이견들이 생겨날 수 있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공동조사단이 함께 하는 일이다. 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 일을 풀어가는 당사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제 일이라고 놓지 말아주시고 우리 일이라고, 우리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관여 안 한다고 했는데. 천성산에 내려가는 것 자체가 관여하는 것 아닌가? =공동조사는 제가 관여를 안 하고 참관인이다.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일을 진행했던 사람으로서 버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원인규명을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야기할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늪이나 도롱뇽들에 영향을 주더라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속철 터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천성산 문제를 여기까지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법적으로 생태계, 습지 보존지역이라는 것이다. 고속철이 관통하는 곳에 10개의 보존지역이 겹쳐 있다. 최고의 보존지역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30미터 계곡 밑으로 고속철이 지나가는데 그 영향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터널이 1천개 뚫렸다고 한다. 고속철 때문에 뚫린 것이 78개다. 20개 터널을 구경, 답사갔다. 비전문가인 내가 가서 답사를 하고 마을 주민들을 만났을 때 거의 대부분의 터널지형은 장대터널인 경우 지하수 고갈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보상을 받은 곳도 많이 있었고, 만약 이 구간에 물이 빠진다면 법적인 생태계 보존지역 어떻게 보존될 수 있겠는가 문제를 제기했다. 계곡수가 고갈된다면… 그 가치에 대해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터널이 친환경적이라고 하는 주장은 전문가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어 그런 것일 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조사를 통해 알았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국장/천성산대책위 국장 (2월4일 합의했던 공동조사 관련해 현재까지 진행과 앞으로의 간략한 일정 소개) -발파는? =발파는 석 달 조사 기간 동안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쪽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공사를 중지한다고 밝히기에는 국책사업이고, 사회적 파장이 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터널 발파 부분은 그에 대한 쟁점을 규명하기로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님은 참관인 정돈가? 대책위에 포함됐는데. =7인 조사에서 핵심은 전문가 5인이다. 다만 조사는 하는데, 조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등, 특히 공동조사단 연락관계나 조정할 일은 지율 스님이 천성산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거다. 지율스님과 녹색연합은 참관과 지원을 한다. -상반된 의견으로 동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에 넘기기로 최종적인 의견을 보았다. 석 달 조사가 끝난 뒤 세미나 형식의 조사결과 발표자리를 마련하고, 팽팽한 의견일 경우 석 달 이후부터는 대법원에 조사 결과 데이터 일체를 넘기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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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회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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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글] 3월의 길을 나서며
지금 밖에는 눈이 쌓여있지만 벌써 3월입니다. 이제 몇 일 후면 개구리와 도롱뇽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어쩌면 개울가에는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난 부지런한 놈들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삼동의 겨울에 저 역시도 깊은 잠을 잔 것 같습니다. 제가 잠을 잤다고 하면 여러분은 저를 엄청 비난하겠지요. 하지만 제 심리적인 상황은 유행가 가사처럼 세상모르고 살아다는 것이며 여전히 세상의 깊이와 높이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두려움입니다.
법륜스님께서는 불안해하는 제게 이미 죽은 몸이라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은 집착을 놓으라는 뜻이며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말씀이겠지요. 처음 제가 천성산 문제에 뛰어들게 되었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자각에서 비롯되었으며 “세상의 고통과 다른 고통에 무관심했던 벌”이라고 자신에게 이야기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돌아보니 천성산은 제게 벌이 아니라 빛과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천성산의 아픔 때문에 다른 산의 아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며 저의 허기짐을 통해 다른 생명의 존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참으로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혹자는 건국이래의 최대의 국책사업을 막아선 한 마리의 도롱뇽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멸종위기에 놓인 한 마리의 도롱뇽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다가 왔습니다.
도롱뇽을 수놓고, 도롱뇽을 접고, 도롱뇽을 그리고, 도롱뇽을 조각하고, 도롱뇽을 위하여 노래를 부르고 기도를 드리는 이 모든 과정 속에는 130개 시민 종교 단체가 함께 하였고 전국에 18개 시도에 자발적인 도롱뇽의 친구들의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41만의 도롱뇽의 친구들이 소송인단이 되어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비록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정부도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생명이 살려달라고 하는 절규에 이렇게 선한 마음들이 모였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쓰고 있는 신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해 천성산을 다녀간 외국인 교수 한분이 “비단으로 짠 천성산”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 독일의 인지학회지에 올린 일이 있습니다. 그 분께서는 저희의 운동을 보며 “산이 늘 걸어 다니다”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지금 우리 도롱뇽의 친구들은 도롱뇽과 초록의 공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토와 천성산을 수놓는 걸음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숙한 지식과 경험으로 사회 속에 뛰어들어 길을 잃고 헤멜 때 손잡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지율합장 2005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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