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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직원들이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자체 시험림에서 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된 나무의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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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심 잣나무 발견…당국, 감염경로조차 몰라
예방 ‘수간주사’ 시기 놓쳐 ‘재선충과의 전쟁’ 역부족
매개충이 성충으로 자라는 5월이 최대 고비 될 듯
국립수목원이 있는 경기 포천시와 남양주시 일대 광릉숲에서 재선충 감염이 의심되는 잣나무 5그루가 추가로 발견된 가운데, 오는 5월이 재선충 확산 여부를 가를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재선충의 잇따른 ‘게릴라식 공격’에 산림 당국은 아직 명확한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감염목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조사에서 감염목이 누락되면 그 수에 따라 공무원을 징계하기로 하는 등 ‘재선충과의 전쟁’에 나섰다.
산림청의 허경태 산림본부장은 27일 “국립수목원 주변에서 감염목 2그루 외에 추가로 감염 의심목 5그루가 나와, 주변 5㏊에서 벌채와 연구용 시목 채취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목이 발견된 광릉숲(2200㏊)은 국립수목원(1100㏊)과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소유의 시험림(1100㏊)으로 이뤄져 있고 감염목이 발견된 곳은 국립수목원에서 1.5㎞ 떨어진 시험림이다.
모호한 감염 경로?=잣나무에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 벌레인 북방수염하늘소가 재선충을 옮길 수 있는 거리는 300m밖에 안 되고 태풍 등 바람에 날린다고 해도 3㎞에 불과한데도, 광릉숲에서 감염목이 발견된 것에 산림 당국은 당황해하고 있다. 광릉숲은 경기도에서 가장 최근에 재선충 오염목이 발견된 남양주시와 30여㎞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산림 당국은 ‘인위적 오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가구를 옮길 때 보호대로 쓰는 팰릿의 소재가 잣나무여서, 오염된 잣나무가 팰릿으로 쓰이면서 재선충도 옮겨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감염목이 발견된 지역은 인적이 없는 곳이어서 이런 설명도 들어맞지 않는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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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피해 시·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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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지난 15일부터 1만여명을 동원해 전체 시·군에서 감염목 전수조사에 나섰다. 시·군별로 감염목 1·2차 조사 책임자를 정하고 감염목이 조사에서 빠졌다가 나중에 발견되면 2그루 이하는 경고나 주의, 3∼5그루는 견책, 6그루 이상은 감봉 등으로 감염목 수에 따른 징계를 공언하는 등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포천 대전/홍용덕 송인걸 기자 ydhong@hani.co.kr
재선충 한국서 1988년 발병
일, 100년만에 소나무 쑥대밭 우리나라의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시작됐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로 만든 어류 상자를 통해 선충이 상륙했다거나, 일본원숭이를 수입하면서 우리 바닥에 감염된 솔잎을 깐 게 유입 경로가 됐다는 설이 있을 뿐 경위가 명확하지는 않다. 재선충병이 세계적으로 처음 발생한 곳은 일본으로, 1905년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된 지 100년 만에 홋카이도를 뺀 대부분 산림이 ‘소나무 공동묘지’로 바뀌었다. 일본 산림당국은 해안지대와 공원 등 특수지역을 대상으로 한 방제 활동에 주력하면서 대체 수목으로 재선충병에 강한 리기다소나무 심기를 권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982년 난징 지역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해 약 8만㏊가 피해를 보았다. 중국 당국은 황산 등 소나무 생태가 우수한 지역의 주변을 ‘무송지역’으로 지정해 벌목함으로써 재선충 확산을 막고 있다. 대만은 1985년 5천㏊의 피해를 입었다. 산림과학원 신상철 산림병해충과장은 “미국, 캐나다 온타리오주, 포르투갈, 멕시코 등지에서도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피해가 발생했으나 산림 대부분이 재선충에 저항성이 큰 수종으로 이뤄져 있어 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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