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문정1동 ‘느티나무 정자마당 추진위원회’의 문홍식 간사가 문정1동사무소 위로 뻗은 느티나무 가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완 기자
|
“‘하이 서울 페스티벌’로 배수로 메워 알 낳을 곳 없어졌어요”
570살 문정동 느티나무 “동사무소 지으며 제 몸을 자른대요”
“제 가지들을 자르지 말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송파구 문정1동에 사는 570살 먹은 느티나무랍니다. 임진왜란에 한국전쟁, 강남 개발까지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주민들의 보살핌 속에 용케 잘 버텨왔습니다. 예전엔 주민들이 제 곁에서 그네도 타고 마을회의도 열곤 했답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가시방석입니다. 제 바로 옆 3층짜리 문정1동사무소를 새로 짓는다고 해서요. 그러려면 동사무소 옥상 위로 웃자란 제 가지도 쳐내야 하고, 땅을 파는 과정에서 제 뿌리도 드러난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를 사랑하는 주민들은 모임까지 만들어 아예 동사무소를 이전하고 제 주변을 정자공원으로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 운명이 결정될 날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송파구는 다음달 30일 동사무소 신축 여부를 결정한답니다. 다른 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지하 2층, 지상 5층의 새 건물을 올린다네요. 서울시는 대체부지가 없다면서 구청과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두 층이나 더 큰 새 건물이 들어서면, 제 가지들이 햇빛을 보기 위해 제 키는 얼마나 더 커야할까요. 비록 말을 못한다고 해서 이 동네 터줏대감인 저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건가요?

|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끝난 뒤인 8일 오전 찾은 노들섬. 맹꽁이 보호를 위해 쳐둔 줄과 출입금지 안내문이 축 늘어져 있다. 이완 기자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