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안전성·폐기물 논란 재점화

환경운동연합과 한살림 등 19개 ‘에너지시민회의’ 제안 단체 회원들이 13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차 공청회가 열리기 전 단상에 나와 ‘에너지위기 인식 부재 및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졸속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e-mail]

에너지기본계획 쟁점 뭔가

2016년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설 확충계획 없어
재생에너지 11%그쳐…미래 에너지수요 과장 논란

13일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전력 생산능력 확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원자력발전 설비 추가 건설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 쪽의 낭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보다는 공급 쪽을 중시한 결과다. 앞으로 원전의 안전성과 부지 확보, 폐기물 처리 등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큰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원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적절한가] 정부는 화석연료 고갈과 에너지 안보문제, 고유가 시대,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응하려면 원자력발전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목표안대로 2030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 비중을 41%로 높이려면 신고리 3, 4호기(140만㎾급) 수준의 원전 11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당장 문제는 추가 부지 확보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확보하고 있는 원전 부지는 6기를 신설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규 부지 확보에서부터 원전 준공까지 대략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2022년에 준공될 원전은 늦어도 2010년까지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 큰 골칫거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다. 정부는 현재 원전마다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할 것인지 아니면 중간 저장할 것인지도 결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다만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올해부터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확충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등을 저장하는 중·저준위 방폐장을 마련하는 데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무려 21년이 걸린 경험에 비춰 보면,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는 더 큰 갈등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환경단체들은 원자력이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 기후본부 부장은 “원전의 ‘숨겨진’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한다. 원전 주변 지역에 매년 2천억원 안팎의 정부 기금을 비롯한 지원금이 들어가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등도 경제성을 따질 때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11%로 잡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들에 견줘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견줘 목표치도 낮을 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처럼 기존 에너지원을 변형시켜 만드는 신에너지가 중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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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요 관리는?정부가 원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설비 확충의 이유로, 중장기 에너지 총수요의 증가를 내세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수요 예측치에 대해 ‘부풀리기’ 의혹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3.7%씩 성장하고, 2006년 불변금액기준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로 전제하고, 2030년에는 에너지 총수요가 2006년보다 47%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석유로 환산한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4.83톤에서 7.05톤으로 1.5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부장은 “국내총생산 증가가 반드시 에너지 소비 증가를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의 경우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을 2030년까지 매년 2.9% 늘어나는 것으로 잡았지만 1인당 에너지 수요는 2005년 기준 4.18톤에서 2030년 3.65톤으로 오히려 낮춰 잡았다. 일본의 경우에도 2차 오일쇼크 이후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는 거의 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부문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이런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의 개선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부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최종 에너지 소비의 17%만을 차지하는 전력 부문의 관리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수요관리에 따라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수송용이나 건물·난방 계획 등에 대해선 ‘국민적 인식 제고’식의 추상적인 캠페인만 있을 뿐이다.

이 밖에 정부가 현재 3.9%에 불과한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30년까지 40%까지 늘리겠다고 한 것과 에너지원 단위를 47% 개선하겠다고 한 것도 현재의 자원민족주의 흐름 등에 비춰 지나친 ‘장밋빛’ 목표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용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