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공업용수 부족’ 반대 목소리 만만찮아 둑 철거·수문개방 놓고 전문가 의견 분분
“실제 기능·영향 검토없어…조사 나서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생태계의 보물창고, 본래 강 하구의 모습이다. 하지만 4대강 가운데 한강을 뺀 낙동강·영산강·금강 하구에는 1980년대 공업·농업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둑을 막아 놓았다. 그나마 한강 하구는 남북간의 비무장 지대여서 하굿둑 설치를 피할 수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강의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하굿둑의 수문을 항상 열어 놓거나 아예 허물어 물이 자유롭게 오고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굿둑이 들어선 지 20~30년,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이 크게 나빠지자 몇몇 지방자치단체들도 하굿둑 수문 개방이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예방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하굿둑으로 인해 썩어가는 영산강 1981년 전남 무안군 삼향면 옥암리와 영암군 삼호면 산호리 사이에 4.3㎞짜리 방조제가 들어선 뒤 중·상류 오염원과 하굿둑으로 인해 수질이 심하게 오염됐다. 지난해 11월 전남도가 측정한 영산강 나주대교 인근의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4.9ppm으로 3급수 수준이지만, 영산호 수질은 6.2~7.5ppm으로 4급수 수준이고, 질소와 인의 농도가 3.0~4.0㎎/ℓ로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2005년 무안 몽탄대교~영산강 하굿둑 23.5㎞ 구간의 수질을 조사한 뒤, “해마다 퇴적물 7만여t이 바닥에 쌓여 수질이 5급수 이하로 떨어졌다”며 부분 준설과 해수 유통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와 전남도는 농업용수 부족을 들어 해수 유통 방안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하굿둑의 선박 통행용 문의 너비를 6m에서 60m로 넓히고, 배수갑문(바다와 담수호를 연결하는 문)은 30m짜리 8개를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 다리 기능만 남은 낙동강 하굿둑 부산시는 지난달 민관 합동토론회에서 하굿둑을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습지와 새들의 친구’ 등 환경단체들은 부산시 방안을 환영하면서 생태계 복원이라는 큰 틀에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시는 둑 대신 화명지구 쪽에 수중보를 설치해 바닷물이 서낙동강과 물금취수장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고, 수문의 구조를 개선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찾아내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등에 건의할 방침이다. 1987년 부산 사하구 을숙도 인근에 들어선 2.23㎞짜리 낙동강 하굿둑은 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수돗물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명분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다리 기능만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강 하류는 수질 나쁜 호수가 돼 평소에는 2급수, 갈수기에는 3급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다대포에서 가덕도에 이르는 하구 해역에는 모래가 쌓여 육지로 바뀌고 있다. ■ 충남·전북 의견 갈리는 금강 하굿둑 최근 충청남도는 생태환경을 위해 금강 하굿둑에 해수를 유통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배수갑문이 전라북도 군산 쪽에 몰려 있어 충남 서천군 쪽으로 퇴적물이 쌓이고 수질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장항 쪽에도 배수갑문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최근 건의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금강 살리기의 핵심은 하굿둑 자체를 트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는 해수가 드나들면 농업용수로 쓰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앞으로 4~5년 뒤면 공업용수 수요가 지금보다 6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바닷물이 유입되면 강물을 농·공업용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 하굿둑을 열까, 허물까?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강물이 바다로 흘러야 한다며 앞으로 둑을 허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둑을 허물지, 수문을 항상 열어둘지 등 해수 유통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둑을 허무는 게 농업·공업용수 공급이나 홍수 대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하굿둑을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기능에 대한 막연한 추정과 기대만 있을 뿐 실제 기능과 영향에 대한 검토는 거의 없었다”며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좌관 교수(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는 “장기적으로 하굿둑을 없애야 하지만 그전에 수문 개방이나 추가 수로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낙동강 하굿둑은 수자원공사, 금강과 영산강 하굿둑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고, 수질은 환경부가 맡고 있다. 환경부는 “부처마다 의견이 달라 하굿둑 전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환경부의 공식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김소민 손규성 이수윤 정대하 기자prettyso@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