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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0 21:48 수정 : 2009.03.20 21:53

동강할미꽃은 다른 할미꽃과 달리 꽃이 하늘을 바라본다.

[환경현장] 집단분포 동강 평창 문희마을
공개 앞둔 백룡동굴 진입로 절벽 공사로 훼손
꽃대 꺾이거나 꽃망울 뭉개진 모습 눈에 띄어

동강의 비경을 간직한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백룡동굴 부근은 요즘 공사중이다. 발견된 지 30년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백룡동굴의 진입로를 설치하는 공사다.

지난 18일 문희마을을 지나 강변을 따라 내려가자 ‘동강할미꽃 집단분포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원주지방환경청장의 안내판이 서 있는 공사현장이 나왔다.

가마소에서 백룡굴까지 가파른 벼랑 중간을 약 40m 높이로 횡단하는 다리를 놓는 난공사가 한창이었다. 석회암 절벽에 철제 기둥과 들보를 세우고, 그 위에 탐방객 용 손잡이가 달린 나무다리를 놓는 작업이 전체 진입로 365m 가운데 120m 가량 진행됐다.

절벽 틈 곳곳 보라 분홍 진분홍 빛으로 알록달록

굽이치는 동강을 사이에 두고 평창·영월·정선군이 만나는 이곳은 동강에서도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정부가 2000년 동강(영월) 댐 건설을 포기한 이유의 하나인 한국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이 많은 곳이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을 맞아 절벽 틈 곳곳에서 동강할미꽃이 보라, 분홍, 진분홍 빛으로 피어 있었다. 일찍 피는 야생화답게 추위에 대비해 촘촘히 난 긴 솜털이 햇빛에 반짝였다.

공사과정에서 동강할미꽃 꽃대가 떨어져 나가거나 꽃망울이 뭉개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강에서 처음 발견돼 학명에 ‘동강’이 들어있는 동강할미꽃은 세계에서 강원도의 석회암지대에만 분포하는 희귀종이다.

[동영상]

상록 떨기나무인 회양목도 여기저기에 부러진 채 발견됐다. 회양목도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야생상태에서는 보기 힘든 석회암 지대 지표종이다.

김영덕 현장관리소장은 “동강할미꽃은 건설지점보다 절벽 아래에 살아 훼손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백룡동굴은 동강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놓였으나 2000년 정부가 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살아남았다.
평창군은 백룡동굴을 자연친화적인 생태학습형 체험동굴로 개발해 예약한 소수의 탐방객을 대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룡동굴은 국내에서 가장 잘 보전된 석회암 동굴의 하나로 지금까지 일반인 접근을 금지해 왔다.

이정의 평창군 관광개발 담당은 “일반인이 동굴에 접근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며 “공사과정의 불가피한 훼손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일자리·소득 위해 원하는데…

공사과정에서 미처 피지 못한 동강할미꽃 꽃대가 발견됐다.
가파른 절벽에 위치한 백룡동굴에 가려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평창군 관계자는 “검토과정에서 강변으로 진입로를 만들거나 다리를 놓는 방안은 환경파괴 우려로, 배를 운항하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로 포기했다”며 ‘절벽 진입로’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마을 주민들도 이 방안에 찬성한다. 김삼용 미탄면 마하리 이장은 “건설과정이라 흉해 보일 뿐 완공되면 진입로가 훌륭한 동강 전망대 구실을 할 것”이라며 “백룡동굴 탐방 가이드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증대하는 사업이 보전을 이유로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백룡동굴 지킴이’로 알려진 문희마을 주민 정무룡씨도 “(동강댐 건설로) 물에 잠길 곳을 건져냈으니 이제 주민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서는 동물을 잡거나 식물을 꺾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정도로 규제가 엄격하다. 그런데도 대규모 공사가 가능한 것은 문화재청이 2007년 천연기념물인 백룡굴의 현상변경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동굴 개방으로 석순 등의 훼손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3년 기한의 허가는 연장된다.

한동욱 박사(피지에이 습지생태연구소장)는 “가장 상위의 보호구역인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면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희귀식물 분포지에 손을 대선 안 된다”며 “폭풍이나 탐방객 영향으로 취약한 석회암이 붕괴하는 안전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 원주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팀장은 “다음주부터 식물전문가와 함께 백룡굴 일대 등 동강할미꽃 분포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필요한 보호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공사현장 들머리에는 이곳이 생태경관보전지역이자 동강할미꽃 분포지이며, 동식물을 채취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알리는 안내판이 원주지방환경청장과 평창군수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
평창/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동영상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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