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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울릉도, 강화도, 순천만,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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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태백산·강화도·순천만
경관과 생태 뛰어난 네곳 경합
주민들 찬반이 지정 최대 변수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1988년 변산반도국립공원까지 20개의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그러나 그 후 21년 동안 국립공원은 더이상 지정되지 않았다. 요즘같이 환경과 생태가 강조되는 시대에 국립공원이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21번째 국립공원은 어디가 가장 유력할까? 울릉도, 태백산, 강화도, 순천만 4파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겨레>의 이런 질문에 경북 울릉도, 강원 태백산, 인천 강화도 갯벌, 전남 순천만을 다음 국립공원 후보지로 꼽았다. 국립공원 지정의 핵심은 수려한 경관과 생태적 우수성이다. 국립공원 지정을 다투고 있는 후보 지역들은 이런 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고 있다.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2004년 국립공원 지정을 눈앞에 두기까지 했다. 한반도 동쪽 끝 섬이라는 지리적·역사적 의미와 함께 독특한 생태적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태백산 역시 단군 시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제단이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린다. 또 민족의 젖줄로 불리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어 생태적 의미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화도는 네덜란드·독일·브라질의 갯벌과 함께 세계 5대 갯벌을 가진 섬으로 분류돼 석모도와 볼음도 일대 갯벌이 천연기념물(419호)로 지정됐다. 한강 하구에 위치해 영양물이 풍부해 저서생물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이런 생태적 환경 때문에 노랑부리저어새 등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각종 철새들의 기착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간척논을 습지로 바꾼 뒤 개발을 자제해 해안습지로 복원시킨 순천만은 생태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순천만은 2006년 1월 국내 해안습지로는 처음으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다. 2500㏊의 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지난해에만 262만명이 찾아온 것으로 환경부는 집계했다. 순천만이나 강화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연안습지로는 처음으로 국립공원에 지정되는 것이다. 국립공원 지정 독재시대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주변 경관과 생태적 환경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있으면 국립공원 지정은 불가능하다.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서는 생태조사와 함께 주민 여론조사가 필수적이다. 주민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다. 국립공원으로 묶이면 재산권 행사가 제약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은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쪽은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지정된 것”이라며 “그 시절이니까 재산권을 묶는 국립공원 지정이 가능했지 지금은 그런 식의 국립공원 지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릉도와 태백산은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후 주민공청회를 했지만 90%가 넘는 반대로 국립공원 지정이 무산됐다. 모두 재산권 행사 제한을 우려한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쪽은 “국립공원 지정은 주거지역은 제외하고 생태지역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민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따라 강화도와 순천만 지역이 국립공원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화도는 이미 군사보호구역에 생태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어 보존이 잘돼 있는데다 울릉도보다는 국립공원 지정에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순천만의 경우에는 방치돼 있던 습지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서 스스로 복원한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자발성만 놓고 본다면 국립공원 지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힐 정도다. 주민 자부심 높은 지역 어디 없나요? 환경부 쪽은 이제 국립공원 지정은 경관과 생태적 환경의 우수성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태적 자부심이 중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순천만이 21번째 국립공원으로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순천만은 지난해 262만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경제적 효과는 1000억원대에 달한다. 순천만이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한다면 다른 지자체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환경부는 내다보고 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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