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정벌레(소나무좀)과 회색곰(오른쪽). 지구온난화로 딱정벌레의 번식주기가 단축되면서 회색곰의 먹이가 열리는 화이트 바크 파인이 고사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과잉번식, 곰 먹이 소나무 90% 시들어
연어 순록도 지구온난화로 생태계 깨져 생존 위기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몸무게가 500㎏ 가까이 자라는 거대한 북미산 회색곰이 쌀알 만한 딱정벌레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협회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 ‘야생동물: 더워지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침’에서 미국 국립공원에서 관찰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 사례를 소개했다.
영양 풍부한 주식인 잣 부족해 번식에 치명타
로키산 국립공원은 롯지폴 소나무로 빽빽하게 덮여 있다. 꼿꼿하게 자라 인디언이 천막 지주목으로 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소나무의 천적은 소나무좀이란 작은 딱정벌레인데, 나무에 구멍을 내 알을 낳아 번식하며 침입당한 나무는 고사하고 만다.
롯지폴 소나무가 그저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수공과 화공으로 딱정벌레에 대항한다. 다량의 송진을 내어 소나무좀을 익사시키는가 하면 산불로 태워죽이기도 한다. 이 소나무는 산불에 잘 견딜 뿐 아니라 산불이 솔방울을 그슬려야 씨앗이 방출돼 번식을 한다. 게다가 날씨가 5도 이하로 열흘만 계속돼도 벌레는 죽어버린다. 소나무와 딱정벌레의 오랜 균형은 지구온난화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달라진 기후가 벌레 쪽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소나무좀이 낳은 알이 성체가 돼 다시 알을 낳기까지 2년 걸리던 것이 1년으로 줄어들었다. 두 배로 늘어난 딱정벌레는 더워진 고지대로 밀려 들었다. 고지대엔 롯지폴 소나무와 달리 소나무좀과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래서 저항력이 전혀 없는 화이트 바크 파인이란 소나무가 분포한다. 수피가 흰 이 소나무에는 다량의 잣이 달리는데, 바로 이 잣이 월동 전 회색곰의 중요한 먹이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이트 바크 파인의 90% 이상이 이미 딱정벌레의 피해를 입어 고사했다. 고산지대에 사는 회색곰은 영양분이 풍부한 잣을 양껏 먹고 지방을 축적해 겨울잠을 자고 새끼도 낳는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잣의 생산량이 많을수록 새끼의 무게와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잣이 부족하면 회색곰은 번식에 치명타를 입는 것이다. 눈 빨리 녹아 홍수 일찍 발생해 때 이르게 쓸려 내려가
|
기후변화로 생태계의 오랜 균형이 깨지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순록(왼쪽)과 연어.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