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7 18:32
수정 : 2005.01.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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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에서 강영호 재판장(맨 오른쪽)이 조정권고안을 발표하는 동안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가운데)등 환경단체 인사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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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조정권고안’의미
"사법부 아닌 국민들이 풀어야 할 몫"
2일까지 수용 않을땐 4일 판결선고
해묵은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17일 낸 조정권고안은 한마디로 “사회적 합의부터 구하라”는 것이다. 착공 이후 14년, ‘제2의 시화호’ 논란이 시작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환경단체, 지역주민 사이에 간척 여부는 차치하고 간척지의 용도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 배경=이번 조정권고안이 나온 데는 사업 계속 여부에 대한 섣부른 결정 이전에 사회적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강영호 부장판사는 “새만금사업은 사법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전라북도 주민을 포함한 국민들이 풀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판결선고 뒤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뒤 항소와 상고가 이어지면 재판이 끝나기까지 2~3년은 걸리고 그동안 국민적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며 판결선고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판결로 결론이 날 경우, 원고와 피고 양쪽 모두 사업 전면중단이나 방조제 공사강행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의미=정부는 2001년 논란 끝에 새만금 사업 재개를 결정하면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킬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업 재검토가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을 서두르다가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후손에게 큰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라며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깊이있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재판부가 합의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을 요구했다”며 “이런 해법은 핵폐기장·한탄강댐·경인운하 등 다른 사회갈등을 푸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 전망=새만금 간척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이번 조정권고안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지만 대체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서병훈 농림부 농촌정책국장은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 본안 판결과 별도로 방조제 추가공사 중지 가처분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공사가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해 권고안 수용 여부에 대한 농림부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환경과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새만금생명평화연대와 지역주민, 전문가 등은 18일 모임을 열고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지를 공식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달 2일까지 원고와 피고 양쪽이 모두 조정권고안을 수용할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새만금소송은 이틀 뒤인 4일 판결선고로 마무리된다. 조정권고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정부쪽과 견해차로 문제가 생기거나 위원회가 지지부진할 수 있을 때에는 재판이 언제든지 속행될 수 있다.
◇ 문제점=그동안 새만금 논쟁에서는 간척사업으로 생계에 영향을 받는 2만여 어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왔다. 이번 조정권고안에서도 재판부는 “민·관위원회는 환경단체와 정부부처 및 전라북도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해 지역어민들의 당사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태경 부안 새만금생명평화모임 연대사업국장은 “현장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지 않는 한 새만금 논쟁은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이근영 황예랑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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