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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자전거길 유감
집 감나무들이 해거리를 한다.작년에 많이 열렸던 왼쪽 감나무는 올핸 거의 없고 작년에 적게 열렸던 오른쪽 감나무는 엄청나게 열렸다.
대문에 버티고선 이 곶감용 감나무 때문에 얼마 전 곤혹을 치렀다.
가져갈 사람은 아무나 가져가라고 했는데 이게 불씨가 되었다. 하여간 그랬다. 감나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추석 후 새로 생긴 저 하얀 시멘트 도로에 대해 유감과 분노를 표하기 위해서다.
만시지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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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끝이었다. 이 상태로.
뒤늦게 지난 시간으로 되돌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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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돌과 모래에 덮인 작은 생명들이 안타깝긴 했지만 어쩌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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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겨울에도 푸른 건 오직 대나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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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들은 바람에, 빗물에 속절없이 흩어져 갔고, 숨어있던 잔돌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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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마다 강둑에서 만나는 코스모스가 그냥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잔돌과 모래들을 밀쳐내며 새파란 것들이 군데군데 솟아올랐다. 그럼 그렇지.
‘역시나!’하는 감탄과 따뜻한 애정을 보냈다.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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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빨간다리’가 강물에 휩쓸려 버렸다고 밤 아홉시 mbc뉴스에 나왔던 날이었다.
스티로폼 하나 띄워 올라타면 남해 바다까진 일없이 떠내려갈 수 있겠지…. 했던 날이었다. 그래도 코스모스는 끄떡없었고, 노오란 달맞이꽃들은 나란히 줄지어 강물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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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강둑은 또다시 모래와 흙 자갈들로 메워졌고 아주 단단히 다져져 있었다. 그 끝에 우두커니 선 코스모스들은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아….’ 했다.
‘그 무엇도 널 막을 순 없어!’ 했다.
세월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초록빛 생명들이 피어날 거라 믿었다.
물론 ‘이런 무식한 것들. 시멘트는 왜 붓지?’ 했다. 속으로.
그리곤 ‘이게 끝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국립공원지역인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길도 시멘트를 퍼부었는데… 뭘 바라겠어?’ 하는 체념도 같이 왔다. 시멘트가 다 굳어질 때까지도 몰랐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J가 있었다. 강둑 시멘트도로에 대해 물었다.
그게 끝이라고 했다. 현재 상태의 시멘트 도로가 그대로 자전거 도로라고 했다. 더 이상의 공정은 없다고 했다. 확인했다 말했다.
여전히 난 ‘설마…’ 하고 재빨리 술만 마셨다.
끼어들 틈을 찾고 있던 ‘남준’이 말했다. “너! 양심이 있는 놈이니?” “왜?” “우리가 뭘 거창하게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 더 중요한 게 뭔지 아나? 각 개인의 양심이야! 양심. 너, 말해봐! 네 양심은 뭐라고 말하니? 이건 양심의 문제야!” “그래서?” “너, 빨치산이 뭐니? 그 시간, 그 시대의 문제와 자기 양심과 싸운 사람들 아니니? 시멘트 도로가 네 집 앞을 지나갔다며? 그때 넌 드러누웠어야지! 그게 양심 아니니?”
돌이켜보았다. 바로 내 옆,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주던 것들이 이렇게 살해당하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일년 이상이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알려고 하질 않았다.
왜 하는지, 누가 어떻게 하는지, 끝은 어디인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모른 척하고 있었다.
구례군도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감추고 있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의 일부로 진행되는 사업인데다 국토해양부 익산관리청과 전남도청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라 구례군에선 어찌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정정섭 전남도의원 말에 의하면, 민원으로 인해 공사 진행이 ‘일시적 보류’ 상태라고 했다.
죽마리 강둑, 서시천에서 군부대 강둑, 용두 강둑, 수달생태관 강둑 등등….
그것도 부분부분 진행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곡성 구례 하동까지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차원의 자전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4대강 물길 따라 하천제방에 자전거길 1,728㎞ 조성할 계획으로 ‘4대강 살리기 종합계획(’ 09.5)’에 따라 4대강 본류 구간은(1,206km) 11년까지 조성하고, 직접연계 구간(522km)은 ‘12년까지 조성계획이다.
* 한강 : 305㎞, 낙동강 : 743㎞, 금강 : 248㎞, 영산강 : 432㎞ 그런데 4대강이 아닌 섬진강은 왜 여기에 포함된 걸까?
사성암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문척교까지 구간이다.
작년, 강둑 끝 부근 논들을 서둘러 메워 주차장 겸 축제를 열 넉넉한 터를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강둑은 시작된다.
강 따라 하얀 벚꽃길 따라 동해마을, 마고마을. 각금…, 서당골, 죽연마을이 모여 죽마리를 이룬다.
이 길은 문척, 간전, 광양 다압으로 이어지며 861 지방도로 벚꽃길로 불린다.
건너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화개,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 또한 아름다운 벚꽃길이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당신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라 했고, 김훈도 ‘자전거여행’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고 노래했던 길이다. 보시다시피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아름답기만 한 이 861 지방도로는 차량의 통행도 그다지 잦지 않다. 말하자면 이렇다.
굳이 지금 그대로도 아름다운 죽마리 강둑으로 자전거도로를 새로 낼 필요없이 이 벚꽃길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만들거나 있는 그대로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전거 길인데 왜 시멘트를 들이붓는 미친 짓을 하는 거야!
이게 핵심이겠지.
자본이 난무하는 자전거도로와 인문학이 나부끼는 자전거길.
그의 말에 그러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했다면 적어도 내 집 앞만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 테마노선 구간별로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타는 재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주변 맥락에 어울리는 설계 CSD(Context Sensitive Design)기법”을 도입하여 설계 유형을 다양화한다.
- 하천 둔치를 이용하는 자전거도로는 유수의 흐름 등을 고려하여 유지관리가 쉬운 포장 재료를 사용하여야 하며, 되도록 환경 친화적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 강둑 흙길은 이미 ‘저탄소 녹색’이며 ‘자전거 타는 재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환경 친화적’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지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여차하면 이 길 또한 막아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길이 막히면 더 이상 죽마리 구간 공사는 어려워진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그들도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하여간 그 덕분에 공사 이전 그대로의 길도 남아 있다.
그렇다. 이 죽마리 강둑길은 ’상수원보호구역‘ 이다. 구례읍 사람들이 이 물을 마신다. 이곳에선 낚시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시멘트를 부어대고 있으니….
경고문 내용 중엔 이런 글이 있다. 1. 이 지역은 수도법 제7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
2. 상수원보호구역 안에서는 상수원의 수질보전을 위하여 수도법 제7조에 의하여 아래 행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으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금지행위 (중략)
3. 가축을 놓아 기르는 행위( 이건 나에게 해당하나? 난 반려동물로 생각하니 아니겠지.)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행위 1.건축물 기타 공작물의 신축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변경 또는 제거
2.죽목의 재배 또는 벌채
3.토지의 굴착 성토 기타 형질변경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수도법 제83조의 규정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구례군수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쓰레기를 태웠다고 벌금을 물리겠다 인정사정없이 몰아세웠다.
영산강유역관리청에서 나왔다고 했다. 속으로 ‘영산강이나 잘 관리하지 섬진강까지 지가 왜 난리야?’라 되뇌였다.
그렇게 핏대 세우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이 길을 걸어 보기나 했을까?
그러고도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시멘트도로 공사에 대한 어떠한 사전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가다 보면 길은 생긴다.
누가 봐도 맞기 때문이다.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그렇지 않니? 글·사진 /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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