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거프리’(설탕 먹지 않기)에 도전하는 고은미(오른쪽)씨가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환경정의 사무실에서 설탕을 넣지 않고 조리한 음식으로만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설탕 소비량 ‘쌀의 3분의1’
과일로 금단현상 이겨내
단맛과 함께 비만도 탈출
이달 초 체중계에 오른 고은미(31)씨는 깜짝 놀랐다. 설탕을 끊은 지 100일 만에 몸무게가 4㎏이나 준 것이다. 식사량을 줄인 것도, 운동량을 늘린 것도 아니었다.
환경단체 ‘환경정의’의 ‘설탕 중독에서 탈출하기’ 실험에 참여한 고씨는 7월22일부터 ‘슈거프리’(설탕 먹지 않기)를 실천해오고 있다. 식품에 단맛을 내는 감미료도 먹지 않는다.
“슈거프리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어요.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들어 있거든요.”
어렸을 적부터 비만이었고, 하루에 한개씩 초코 머핀을 먹던 그였다. 슈퍼마켓에 갈 때면 늘 식품 성분 표기를 골똘히 들여다보는데, 백설탕, 액상과당,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설탕’(감미료)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었다. 무설탕이라고 표시된 음료에도, 조청이 들어 있다는 과자에도 감미료는 어김없이 들어 있었다. 고씨는 그때마다 물건을 내려놔야 했다. 외식을 할 수 없어 직장에도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다. 어머니는 설탕을 빼고 양파와 사과를 넣어 김치를 담갔다. 된장찌개와 나물무침에서도 설탕을 뺐다. 그래도 혀는 계속해서 단것을 찾았다.
|
고은미씨의 식단표
|
물론 설탕 자체가 ‘근원적인 악’은 아니다. 신권화정 환경정의 부장은 “설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과잉섭취를 방치하는 사회시스템이 문제”라고 말했다. 설탕은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현대적 과식체제’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26㎏의 설탕을 소비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74㎏이었다. 밥 세 숟가락에 설탕 한 숟가락을 먹은 셈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