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18 19:25
수정 : 2011.02.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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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보존회’ 생태영어문학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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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군의 열두 달’ 읽고 토론…“인간과 땅 조화로운 상태가 보존”
[이사람] 환경관련 원서 공부하는 ‘우이령보존회’ 생태영어문학모임
인간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다. ‘진화의 오디세이’에서 다른 생태계 구성원들의 동료 항해자일 뿐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인간의 동료이고, 스컹크도 인간과 함께 땅을 빌려 쓴다. 미국의 자연주의자 알도 레오폴드가 말한 ‘토지 윤리’는 지구 생태계 동료들이 서로 지킬 예의범절이다.
지난해 6월부터 ‘지구의 항해자’들이 매주 한번씩 모여 레오폴드의 환경책 <모래군의 열두 달>을 읽고 있다. 환경단체 ‘우이령보존회’의 생태영어문학 독서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을 만들고자 독서모임을 꾸렸고 작가의 뜻을 원형 그대로 느끼기 위해 원서를 택했다.
17일 밤 서울 안국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조상희(사진 가운데) 전 우이령보존회장과 회원 5명은 책의 50쪽을 영어로 더듬더듬 읽고 있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 교수를 지낸 제러미 셀렉슨(66·오른쪽 둘째)과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영어강사인 케빈 브라운(42·맨오른쪽)이 강사로 나섰다. 수업은 영어공부이기도 하고 자연공부이기도 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물어보다가도 ‘서식지내 보존’ 같은 생태학적 용어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모래군의 열두 달>이었을까? 독서모임을 이끄는 조 전 회장은 “이념적이지도 않으면서 전문적이지도 않은 책”이라며 “생태적 상상력과 시적인 문장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949년 미국에서 처음 출판된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과 함께 미국 자연주의자들의 명저로 꼽힌다. 레오폴드는 프레리(아메리카 대평원)와 숲의 한해살이를 생태계 동료의 시각에서 미시적으로 기록했다.
프레리는 빙하기 시절, 위스콘신 빙하가 남으로 쳐들어왔던 곳이다. 몇 천년 전부터는 끝없는 지평선 위를 소수의 인디언과 버펄로들이 외롭게 누볐다. 셀렉슨은 “나의 고향은 워싱턴디시이지만, 레오폴드의 위스콘신 숲에 자주 갔다”며 “책이 다룬 20세기 초반 평화로운 프레리 풍경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으려면 동식물 도감이 필요하다. 조 전 회장은 “알 수 없는 새와 식물 이름이 튀어나와 도감을 찾아가며 읽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부방에는 <파브르 동물기>를 비롯해 세계적인 도감인 <시블리 가이드> 시리즈가 꽂혀 있다. 생태교육자료 제작업체인 ‘홀씨이야기’가 생태책들이 가득 찬 회의실을 공부방으로 제공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내 농장은 진보의 강에서 후미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레오폴드의 문장을 곱씹었다. 우리나라에서 후미진 곳은 어디이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브라운이 “진보의 강은 메타포”라고 말하니, 참석자들은 개발과 보전에 대해 토론하며 분위기가 열띠어졌다. 레오폴드는 이렇게 말했다. “보존이란 인간과 토지 사이의 조화된 상태를 말한다. 친구의 오른손을 귀하다고 생각하면서 왼손을 잘라낼 수 없는 것과 같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생태영어문학모임은 캐나다의 환경과학자 데이비드 스즈키의 책도 보조교재로 다룰 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우이령보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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