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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 정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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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재앙 25년]
국민들 상흔·공포 아랑곳않고 “원자력 거부 힘들다” 계속 확충
정부가 원전 반대운동 탄압
“러에 기술의존, 우라늄은 수입…에너지독립이라 말할 수 없어”
(중)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원전개발의 역설’
25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인류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인류가 과연 원자력을 관리할 수 있을까?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새나온 방사성 물질은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과학기술을 향한 맹목적 지지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상당수 유럽 국가는 원전을 폐기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정작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는 방사능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원자력 르네상스’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두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원전 논란’을 취재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방사성 물질은 대부분 벨라루스의 숲과 땅으로 스며들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체르노빌 사고의 최대 피해자다. 25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먼저 우크라이나에서 원자력은 최대 에너지원이 됐다.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26%에서 2009년 48%로 2배 가까이 늘었다. 68%에서 41%로 줄어든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량을 원자력이 메운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으로도 원전을 더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2030 에너지 전략’에서 2030년까지 원전 22기를 추가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가동중인 원전 15기 가운데 2010년대에 설계수명을 다하는 10기도 수리·보강 공사를 거쳐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이바노비치 발로하 비상사태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문제는 세계적이다. 지역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전력 절반을 원자력에 의지하는 우리가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피해자 모임 ‘마마86’ 등 우크라이나의 16개 시민단체는 26일 ‘체르노빌 25주년’을 맞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원전의 안전점검과 원전 축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환경단체인 ‘우크라이나 에코센터’의 아르투르 데니센코 에너지국장은 “우크라이나 원전은 1970년대 낙후된 기술로 지어져 위험하다”며 “체르노빌이 후쿠시마에서 반복됐듯 우크라이나에서 또 사고가 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벨라루스는 올해 9월 아스트라베츠에 1200메가와트급 원자로 2기를 짓는 공사에 들어가 2017년 완공할 예정이다. 벨라루스의 첫번째 원전이다. 벨라루스는 현재 원전을 지어줄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전 건설에 60억달러를 빌려주겠다는 입장이며 벨라루스는 9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 ‘에코돔’(에코홈)의 이리나 수히 고문은 “정부는 원전 예정 터 주민의 반대 서명 용지를 압수하는 등 원전 반대운동을 탄압하고 있다”며 “우리 단체가 원전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기회가 지난해 대통령선거 토론회 한번밖에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논의가 차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탈리아는 사고 이듬해 국민투표를 거쳐 원전을 폐기했고, 독일은 1998년 사회민주당-녹색당 연정이 들어서면서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겪은 미국은 신규 원전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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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1시24분(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열린 체르노빌 희생자 추모미사에서 크레바로치카 라이사(64)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의 남편은 사고 당시 체르노빌에서 생필품을 공급하는 일을 했고 4년 전 암으로 숨졌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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