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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5 18:11 수정 : 2005.07.05 18:11


바다 바다 바닷가에다 나무를 심자~
바다 바다 바닷가에다 옷을 입히자~
해일 걱정 없게시리 모래도 지켜주게시리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지금은 어른이 된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메아리>라는 동요의 한 대목이다. 이 동요를 부르던 어린이들에게 나무란 늘 산에 있어야 하고, 산에 심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숲은 산과 동의어였다. 메아리를 떠나게 만들었던 벌거숭이 붉은 산은 이제 푸르게 변했고, 메아리도 되돌아 왔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관념 속 나무는 여전히 산에 갇혀 있는 듯 하다. 문교부가 교육부를 거쳐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는 동안에도 나무와 숲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의 이름이 여전히 ‘산림청’에 머물러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현실을 보다 못한 임학 관련 교수와 연구원, 공무원, 국립공원 관계자 등 30여명이 나무를 산에서 해방시켜 바닷가로 내려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왜 나무를 바닷가로 보내려는 걸까?

지난달 29일 밤과 30일 새벽 경남 거제와 경북 울진에서 동남동쪽으로 54~61㎞ 떨어진 바다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지진이 일어났다. 두 지진은 리히터규모가 4.0과 3.1에 불과해 해일을 일으키진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리히터규모 7을 넘었다면 어찌됐을까? 이 질문의 답에 대한 힌트는 강원 삼척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시지를 보면 1983년 5월 일본 아키타현 해저에서 리히터규모 7.7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발생한 쓰나미는 서남서쪽으로 900여㎞나 떨어진 삼척까지 밀려와 사망 2명, 어선 전·반파 68척, 건물 파괴·침수 45채, 도로 유실 50여m 등의 피해를 냈다.

뒤늦게나마 깨우침 한국해안림학회 만들고 산림청도 나선단다

한국해안림학회 창립을 준비 중인 전근우 강원대 산림자원학부 교수는 “일본 치산치수협회 연구 결과 폭 30m의 해안림은 쓰나미의 속도를 60% 이하로, 에너지를 20% 이하로 떨어뜨려 줄 뿐 아니라, 목재나 선박 등의 이동을 막아 이들의 표류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고, 사구의 파괴와 이동을 저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반도 주변의 지진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쓰나미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안림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바닷가에 나무를 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1949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해안에서는 모두 3748㏊의 사방사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나무가 심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해안림은 사업 이름 그대로 모래가 날려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사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쓰나미 피해까지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런 해안사방 사업마저 규모가 점차 축소되다 1998년부터는 아예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방 목적으로 조성된 기존 해안림은 관광 개발, 해안도로 건설 등의 과정에서 훼손되는 사례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삼척 정라동과 근덕면의 경계인 한재에 올라서면 보이는 근덕면 상·하맹방리 앞 해안림은 해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활처럼 굽은 해안선·흰 모래밭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빚어내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난달 30일 한재에 올라 내려다 보았을 때 이 그림같은 경관의 핵심인 푸른 송림 띠 한 가운데에는 큰 구멍이 나 있었다. 인근에 들어선 골프장이 해안가 송림을 베어내고 클럽하우스 겸용 콘도미니엄을 신축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던 것이다.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 잡혀 있는 여관과 상가 등 다른 건축물까지 들어서면 구멍은 더욱 넓어질 터였다.

해안 송림 뒤편에 자리잡은 하맹방리의 홍산표 마을운영위원장은 “22년 전 삼척에 큰 해일이 밀어닥쳤을 때 우리 마을이 아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해변가 송림과 송림 주변에 모래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언덕이 막아줬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송림에 클럽하우스와 콘도를 지을 수 있도록 군청이 허용한 것은 지역 주민을 사지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해안림 훼손 사례는 동해시 망상을 지나 강릉시 안목과 경포, 사천, 주문진 등 북쪽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런 가운데 산림청이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피해를 목격하고, 뒤늦게나마 연차적으로 해안림 확대 조성을 추진키로 해 관심을 끈다. 최정인 산림청 재해대책계장은 “해안림 조성 사업비를 내년 예산에 편성해놓고 국회통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일단 공유지부터 시작해 점차 특별한 개발계획이 없는 사유지까지 조성지역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의 의지만 확실하다면 내년 식목일에는 산이 아니라 바닷가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펼치는 지역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근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안림 정책을 세우는데 가장 기본이 될 해안림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안 돼 있는 실정”이라며 “일본 등 해안림 선진국의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분석해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방재림으로서의 해안림의 가치를 재인식시키고, 이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는 해안림 제도와 조성·관리법 등을 개발해 제시하는데 학회 활동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안림학회는 오는 10월 7~8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리는 일본해안림학회 정기총회에 맞춰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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