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18 21:03
수정 : 2011.10.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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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야구장 흙에서 검출된 석면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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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출 농도 최고 0.25% 나왔지만
폐기물관리법상 1%이상만 규제
산업안전보건법선 0.1% 제각각
지난 7일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운동장 교체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5개 야구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 있는 흙이 깔렸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잠실야구장에선 석면제거 전문업체가 석면이 함유된 흙을 걷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흙은 지정폐기물이 아니라 일반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다. 작업 종사자의 노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석면 폐기물은 격리된 장소에서 따로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왜 잠실의 ‘석면 운동장’은 일반 폐기물로 처리됐을까? 석면 농도 1% 이하의 물질은 일반폐기물로 처리해도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잠실야구장에서 채집한 시료는 약 20여개. 여기서 검출된 농도는 최고 0.25%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석면을 규제하는 농도 기준은 0.1%에서 1%까지 취급 단계마다 들쑥날쑥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0.1% 농도 이상의 모든 석면 제품의 생산, 수입,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석면 농도가 0.1% 미만이어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보증한다는 뜻이다. 반면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의 석면 규제 농도는 이보다 10배가 높은 1% 이상이다.
최근에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환경부가 지난달 29일, 내년 4월 시행될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다. 환경부는 야구장에 깔린 사문석처럼 자연적으로 석면이 포함된 ‘석면함유가능물질’의 경우 의도적으로 석면을 추출해 넣은 ‘석면 제품’과 달리 석면이 1% 이상 함유된 경우에만 생산을 금지하도록 했다. 가공 과정에서 석면 농도를 줄일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석면 농도 규제 기준이 다른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석면 검출에 쓰이는 편광현미경이 잡아내는 최대 농도는 0.25%에 지나지 않는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인 0.1%까지 측정하려면 전자현미경을 써야 하는데, 국내에 기계가 몇 대 없을 정도로 비싸 당장 현실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면 제품이든 석면함유가능물질이든, 생산 과정에서든 폐기 과정에서든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노출되는 석면은 똑같은 석면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은 극미량으로도 악성중피종 등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며 “환경부가 원칙 없이 석면 농도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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