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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바흐만 ‘지속가능한 개발 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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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과학 소통의 현장 ⑦ ‘독일 탈핵’ 합의 이끈 ‘17인 윤리위’
사무총장 맡았던 귄터 바흐만
인간이 원전과 함께 살수 있나과학자·사회학자·종교인 함께 논의
100번도 넘게 회의하고 TV토론
‘원전은 안전할때 폐쇄해야’ 결론 지난 3월 과학은 다시 사회적 시험대에 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능 유출로 근대 과학이 창조한 원자력 에너지를 사람들이 다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가 영국, 미국, 핀란드 등 다시 증설을 재검토하는 나라가 하나둘 생기던 시점이었다. 후쿠시마는 이런 움직임을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독일은 가장 독보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5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탈핵’을 선언한 것이다. 과학자와 사회학자, 원자력업계와 환경단체,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과 값싸게 전기를 공급받으려는 도시인 등 원전을 둘러싼 전통적인 대립 구도 사이에서 독일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을까? 여기에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큰 구실을 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른바 ‘17인 윤리위원회’라고 불리는 이 위원회를 통해 원전 출구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자, 윤리위가 각계의 의견을 모아 ‘2022년 탈핵 보고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당시 17인 윤리위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귄터 바흐만(사진) ‘지속가능한 개발 협회’ 사무총장을 만났다. -17인 윤리위원회는 어떻게 결성됐나? “후쿠시마 사고 직후 독일의 반핵 여론이 높아지자 메르켈 총리가 원자력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나에게 윤리위원회 실무를 맡겼다. 메르켈 총리는 먼저 마티아스 클라이너 독일연구재단(DFG) 이사장과 클라우스 퇴퍼 전 환경부 장관을 공동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두 사람은 각각 과학과 사회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두 위원장이 위원을 추가로 모아 17명이 됐다. 위원 중에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울리히 벡 같은 사회학자, 울리히 피셔 가톨릭 주교 같은 종교계 인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위원들을 뽑는 데 원자력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중요한 변수였을 것 같다. 찬반 균형을 맞춰 위원들을 선정했나? “그렇게 나누어 뽑은 건 아니었다. 윤리위 구성은 다층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 사회에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원전을 새로 짓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 굳이 찬반 성향으로 나누자면 17명 가운데 8명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과학계 외부의 인사가 참여한 게 이채롭다. “17인 윤리위는 원자력 에너지를 기술이 아닌 삶의 문제로 다뤘다. ‘인간은 원전과 함께 살 수 있나? 살아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등의 문제를 던졌다. 윤리위는 기술위원회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종교 지도자, 기업가가 참여했다. 이를테면 ‘후쿠시마 사고로 한 명도 죽은 사람이 없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시각도 있었다. 우리는 격렬하게 토론했다. 결국 위원들의 생각은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개념까지 확장됐다. 위원들은 이제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독일 사회에서 무엇이 위험이고, 무엇이 위험이 아닌가? 어디까지를 위험으로 보는 게 합당한가? 독일 원전이 (기술적으로) 안전한지 여부는 오히려 작은 논쟁 주제였다.” -‘독일 원전은 안전하다’는 보고도 위원회에 제출됐을 것 아닌가? “후쿠시마 사고 뒤 원자력기술위원회가 예전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독일 내 원전을 조사해 기술보고서를 냈다. 작고 산발적인 지진, 강의 범람, 테러리스트의 공중 공격 등을 가정해 평가했다. 이런 강화된 기준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도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윤리위는 이 보고서를 상세하게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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