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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 방사능이 측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277번지 도로에서 지난 4일 오전 아스팔트 철거작업을 하던 업체 직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구멍을 뚫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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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으로 영업 3407곳
문 닫아도 추적 어려워
분실·도난 등 관리마저 허술
* 무적 :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
‘방사능 아스팔트’ 계기로 본 실태
전국에 국가 방사선 감시망 밖에 놓인 ‘무적 방사성물질’이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발견된 ‘방사능 아스팔트’도 이런 무적 방사성물질이 아스팔트 제조 과정에서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
방사성물질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진단용으로 쓰이는 의료용 방사선 기기,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파괴검사 기기 등 여러 용도로 쓰인다. 원칙적으로 모든 인공 방사성물질은 정부 당국의 감시에 따라 이동경로와 소재가 추적돼야 한다. 이런 규제 범위를 벗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을 무적 방사성물질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방사능 특성상 이런 무적 물질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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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관리 때문에 방사성물질의 분실·도난도 이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방사성 동위원소의 분실·도난 사례는 모두 10건. 같은 기간 국외에서 보고된 17건의 절반을 웃돈다. 이는 업체의 자발적 신고에 기초한 통계여서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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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아스팔트’ 오염원 뭘까 1. 오염된 폐고철?
2. 오염된 골재?
3. 방사능기기 파손? 우리가 흔히 ‘아스팔트’라고 부르는 도로 포장재의 정식 명칭은 ‘아스콘’이다. 아스콘은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에 딱딱한 물질을 넣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혼입된 걸로 추정된다. 아스콘 원료는 아스팔트 3~5%와 콘크리트, 암석의 부스러기 등 골재 95~97%로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슬래그라 불리는 폐고철 찌꺼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도로 포장재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세슘137. 원자력발전소나 각종 산업·의학용 기기에서만 쓰이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다. 아스팔트 제조공정에서 들어가지 않는 세슘137이 어떻게 섞인 걸까? 우선, 방사능에 오염된 폐고철이 섞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고철 찌꺼기가 아스콘을 오염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는 고철을 수집해 전기로에서 녹여 재활용 철강을 만드는데, 이때 남은 고철 찌꺼기가 회수업체를 통해 슬래그라는 이름으로 아스콘 제조공정에 섞이기도 한다. 방사능 진단기기 등 방사성물질을 취급했던 철제 기기가 적절한 방사능 폐기물 처리과정 없이 폐고철 형태로 철강업체에 넘겨졌을 경우다. 둘째는 방사능에 오염된 골재가 아스콘 제조과정에 섞였을 가능성이다. 아스콘에 들어가는 골재는 천연암석이나 폐콘크리트를 부숴 만든다. 외국 핵실험 지역에서 채취한 골재가 수입돼 사용됐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까이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의 폐콘크리트가 섞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1997년 철거된 이 원자로의 외벽 일부는 폐골재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아스콘 포장 당시 방사능 밀도 측정기기의 파손으로 일어난 방사능 오염이다. 일반적으로 도로 포장 직후 아스콘이 굳기 전에 세슘137의 감마선을 이용해 밀도를 측정하고 아메리슘241의 중성자를 이용해 수분을 측정한다. 신근정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국장은 “고속도로의 경우 높은 품질을 위해 아스콘 밀도를 측정하는데, 이때 측정기기 파손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아스콘이 재활용돼 노원구 월계동 도로 등에 다시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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