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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전남 진도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 사진.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이 입수해 19일 공개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에 실린 것으로, 남해안 섬에서 찍힌 호랑이 사진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한반도 남해안까지 호랑이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한국범보전기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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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20세기초 사진·기록 발견
“당시 한반도에 매우 많아
헤엄쳐 바다 건너갔을 것”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전남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 매년 4월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 사이에서 땅이 드러나는 이 바닷길의 전설에는 호랑이가 나온다. 조선 초기, 진도 회동마을 사람들이 호랑이 때문에 건너편 모도로 피신을 했다. 황급하게 도망치느라 뽕할머니를 미처 데려가지 않았는데, 뽕할머니가 용왕님께 기도를 했더니 바닷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한반도 남해안 섬 지역에도 호랑이가 살았음을 확인해주는 최초의 사진기록이 발견됐다. 신비의 바닷길 전설이 허구가 아닐뿐더러 100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한반도 전역에 살았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자료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은 19일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이라는 책에서 진도호랑이 기록을 찾았다고 밝혔다. 1915년 600부 한정판으로 출판된 이 책은 저자인 포드 바클레이가 1903년께 전남 진도에 건너가 호랑이를 잡은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제법 큰 호랑이 수컷과 암컷 한 마리, 세살 먹은 암컷 두 마리 등 네 마리의 호랑이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처음 두 마리는 하루 이틀 사이에 잡았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몰이꾼들을 피해 해안가로 달아났다.” 사진에는 몰이꾼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장정 3명이 호랑이 뒤에서 엽총을 들고 서 있다. 그 뒤 바클레이 일행은 열흘 정도 호랑이 추적을 계속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놓친) 호랑이 발자국이 해협과 본토 방향으로 갯벌에 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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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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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어떻게 바다를 건넜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호랑이는 헤엄을 잘 친다. 김 교수는 “호랑이 서식권역은 항상 물을 끼고 있다”며 “헤엄을 쳐서 섬으로 서식권역을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의 기록에서도 몰이꾼에게 쫓긴 호랑이 발자국이 갯벌에 난 것으로 보아, 호랑이가 바다로 들어가 헤엄쳤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는 극동러시아에 약 400마리 정도 남아 있다. 시베리아호랑이나 아무르호랑이라 불리는 이 개체군은 최근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에서 과거 한반도에 산 호랑이와 같은 종임이 확인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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