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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9 20:59 수정 : 2012.03.19 21:56

한수원, 노후원전 수명연장 논란
남은 수명 5년 불과…수명 늘리려 돈 퍼붓는 악순환
전체원전 정비에 매년 2500억…“근본대책 마련해야”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정전 사고 당시 전원을 공급해야 할 2대의 비상디젤발전기 가운데 1대는 정비중이었고, 1대는 고장난 상태였다. 비상디젤발전기는 35년 된 노후 발전기로 1977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 1호기와 세월을 같이했다. 애초에 고장 위험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물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0년 비상디젤발전기를 293억원 들여 2013년 교체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다해 2017년까지 10년 운전 연장을 한 고리 1호기의 수명만 놓고 봤을 때는 5년을 바라보고 돈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노후 원전을 연장하며 감당해야 할 금전적 비용과 위험성을 이번 정전 사고가 환기시키는 셈이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수원 쪽은 19일 비상디젤발전기 교체 비용에 대해 “고리 원전이 수명을 다하더라도 정비 뒤 다른 발전소의 백업 발전기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신 발전기인데다 정비와 점검을 통해 안전만 확인되면 (30여년) 계속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비상디젤발전기뿐만 아니라 노후 원전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수명을 연장하고 정비, 부품 교체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악순환”이라며 “이번 기회에 고리 1호기의 폐쇄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978년부터 지금까지 집계한 원전 사고·고장은 655건인데, 이 가운데 고리 1호기가 129건으로 가장 많다.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지켜본 주변 지역 울주군의회와 탈핵 단체들은 이번 사고 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멈추고 고리 1호기를 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설계수명을 마치는 월성 1호기도 비슷한 상황을 앞두고 있다. 1982년 가동을 시작해 올해 11월 설계수명을 마치는 월성 1호기 역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200억원을 들여 핵심 부품인 원자로 압력관 등을 교체했다. 시민단체와 지방의회는 한수원이 밝히는 3200억원이 아닌 7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수명연장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대적인 정비가 이뤄졌지만, 월성 1호기는 6개월도 안 된 지난 1월 온도감지장치가 오작동하며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1999년에 가동을 시작해 비교적 ‘젊은 원전’이지만 울진 4호기는 지난해 12월 전열관 4000여개가 무더기로 파손돼 현재도 정비중인 상태다.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비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대부분의 총괄정비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케이피에스(KPS)는 2008년 이후 한수원으로부터 매년 2500억원 안팎의 정비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올해도 2513억을 수주한 상태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 비용이 포함돼 있지만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돈이 원전 정비 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인 원전 운영 시스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후 원전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생겼다”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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