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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동진강 하구가 새만금 방조제에 막힌 지 한 달 뒤인 지난 2006년 5월18일 오후 전북 부안군 계화면 계화도의 마른 개펄 앞에서 도요·물떼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부안/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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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보전연맹 등 보고서
“물새 쉬어갈 중간휴게소 없애”
8대 경로 중 개체수 가장 감소
전세계의 철새 가운데 황해의 중국과 한국 연안 개펄에 의존하는 철새들이 가장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아시아지역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그램,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통로 파트너십 등이 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조간대 서식지에 대한 세계자연보전연맹 상황분석 보고서’ 한국어판은 “세계 8대 철새이동경로 가운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를 통해 이동하는 물새들이 수와 비율 면에서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으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에서는 황해(연안)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황해 연안에서 진행되는 연안 매립이 가장 위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물새들이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를 장거리 비행하던 중 지친 날개를 쉬고 떨어진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중간 기착지인 개펄이 매립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상황분석 보고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최대 전문가 조직인 종생존위원회(SSC)가 최근까지 이뤄진 방대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세계 전문가들의 자문과 논평, 각국 관계자와 이해 당사자들의 공개 검토를 거쳐 작성한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6일부터 세계자연보전연맹 주최로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토론 자료로 준비된 것이기도 해, 이번 총회에서 새만금을 비롯한 한국과 중국의 개펄 매립 정책이 주요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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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과 철새 감소, 분명한 상관관계” 새만금 매립뒤 개체수 크게 줄어
“다른 개펄 적응 못해 떼죽음당해” 개펄 매립을 추진하는 정부나 사업자는 특정한 개펄을 없애더라도 그곳을 찾던 철새들이 다른 개펄로 날아가 먹이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철새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생존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개펄 서식지 소실과 철새 개체수 감소가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종생존위원회가 이런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사례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의 새만금 개펄 매립 이후의 철새 개체수 변화다. 보고서는 “새만금 방조제를 막고 나서 새만금에서 철새 수가 급격히 준 대신 새만금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금강하구와 곰소만에서는 증가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늘어난 개체수는 새만금에서 줄어든 개체수에 미치지 못해 전반적으로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박사 등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또 보고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 도요·물떼새들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도 새만금 매립의 영향으로 규정한 뒤, “이는 쫓겨난 새들의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철새 종들의 전문화도 개펄 매립이 철새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는 이유의 하나로 지적됐다. 철새 종들이 특정 먹이와 환경에 적응돼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더라도 핵심 지역이 사라지면 개체수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새만금 개펄은 전세계 이동성 도요·물떼새에게 가장 중요한 중간 기착지로 인식돼 왔으나 환경보호자들의 계속된 비판에도 매립이 강행됐다”며 “이제 서식지의 많은 부분이 사라졌지만, 환경보호자들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올바른 보전계획을 실행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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