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0.02 20:04
수정 : 2012.10.02 22:23
‘하룻새 원전 2기 고장’ 파장
한수원 “위험등급 0”이라지만
제어봉 통제실패땐 대형사고
12년간 105건 사고중 37%가
공교롭게 한국형원전서 발생
“근본원인 밝혀 불안 해소를”
2일 신고리 원전 1호기와 영광 원전 5호기가 잇따라 고장 정지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고리 1호기 정전사고 은폐 사건으로 팽배해진 시민들의 ‘원전 불안’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제어봉 관련 사고가 빈발하고, 더욱이 ‘한국형 원자로’의 사고발생률이 증가한 데 대해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2일 신고리 1호기의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봉 제어계통이 고장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30일 영광 6호기와 8월19일 신월성 1호기도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정지됐다. 제어봉은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장치다. 운전중인 원전의 안전을 1차적으로 막아내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수원 쪽은 제어봉의 문제가 곧바로 방사능 누출 등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최근 고장들은 모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위험등급 0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어봉 통제의 실패가 후쿠시마 원전처럼 자연재해나 체르노빌 원전처럼 폭발 등과 맞물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 원전 3기와 이날 역시 고장 정지된 영광 5호기 모두 한국형 원자로라는 점도 공교롭다. 2002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영광 5호기는 한국표준형원전(KSNP)이고, 지난해 2월 가동을 시작한 신고리 1호기는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이다. 2000년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105건의 원전 사고·고장 중 39건(37%)이 한국형 원자로에서 발생했다. 한국형 원자로는 울진 3호기가 1998년 처음 가동에 들어간 뒤 현재까지 9기가 가동중이며, 전체 원전 23기 가운데 39%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황일순 서울대 교수(원자력공학)는 “한국형 원전과 잦은 고장의 상관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고 원전 운전 초기에는 고장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실제적인 위험도가 높아졌다기보다 원전 사업자가 신뢰를 잃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86건의 고장 가운데 62건(72%)이 인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는 등 시민의 불신은 원전 안전 관리에 대한 신뢰 상실에서 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수원과 원안위 모두 잦은 원전 정지와 관련한 별도의 특별점검 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유국희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올해 원전 2기가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원전 정지 횟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각각의 고장 부위와 원인에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어떤 공통된 취약 지점에서 고장이 나는 것이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문제가 발생한 부품만 교체해 다시 가동하면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 커진다”며 “한수원과 원안위는 이번 기회에 근본 원인을 밝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제남 의원(새진보정당추진회의)의 이헌석 보좌관은 “모든 원전에 대해 사업자, 안전규제기관, 다른 나라 규제기관들의 교차 점검 등 3단계 점검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마감시한을 연장해가며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충실하게 점검하고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부산/최상원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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