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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철거 전문업체인 이티에스(ETS)컨설팅 직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건축 자재에 포함된 폐석면 조사를 위해 천장 안을 살피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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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도 실효성 의문…위험성·취급요령 교육도 시급
관리·철거 폭탄 다루듯 ‘조심’…분석·처리시설 확충도 필수 대기오염을 막자고 자동차를 버리고 마차를 탈 수는 없다. 하지만 석면은 우리 사회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 버릴 수 있다. 대체물질들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체물질이 좀 비싸고, 일부 특수 용도에서는 다소 기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는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규제에 들어가 지금은 대부분 사용 자체를 사실상 금지했다. 석면 사용에 따른 이익 보다는 현 세대는 물론 미래 후손까지 함께 치러야 할 댓가가 너무나 크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면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이런 판단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말만 앞서 있는 정부 석면공해 대책 환경부와 노동부 등이 올해 초 석면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철거업자가 지자체에 철거신고를 할때 철거할 건물의 석면함유 여부까지 신고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조처는 2003년 7월부터 시행된 석면 함유 건축물 철거허가제를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석면함유 건출물 철거허가제는 철거업자들의 외면과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무관심으로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건교부의 건축법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살펴보면, 석면함유 여부 신고를 전문기관의 분석자료를 제출하는 형식이 아니다. 기존 신고서류에 석면함유 여부를 기재하는 난을 만들고 여기에 철거업자가 적는 형식으로 추진중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관공서에 내는 서류를 함부로 작성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허위로 신고해오면 방법이 없다”고 말해 새 제도의 한계를 인정했다. 환경부는 가루 상태로 배출돼 고형화 처리된 폐석면을 지금까지는 다른 쓰레기와 구분하지 않고 매립해 왔으나 앞으로는 분리해 매립하겠다고 밝혔다. 매립장 재정비 때 석면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 있을 지도 모를 매립장 재정비까지 고려하는 것에서는 환경부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환경부가 또 한편으론 손톱으로 꾹 눌러도 부스러지는 석면함유 천정마감재 텍스까지 ‘고형’이라는 이유로 건설폐기물과 함께 처리하는 무신경을 드러내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 세심함의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환경부의 분리매립 대책의 적용을 받을 폐석면의 양은 연간 100~200t 정도다. 지난 15년 동안의 연 평균 석면 수입량의 0.18~0.37%에 해당한다. 슬레이트와 텍스 등 부서진 건축자재에 포함돼 처리되는 폐석면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국내 석면 수입·사용량의 80% 이상이 건축자재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다행스런 것은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석면함유 제품 생산을 중단하면서 우리 땅이 석면으로 덮이는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2003년 2만2093t이던 석면 수입량은 지난해 1만4636t으로 33.8%나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327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기업들의 이런 조처에는 앞으로 있을 지 모를 석면피해소송 위험을 줄여보자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석면 수입량이 제로가 된다고 석면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곳곳에 박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 있는 석면을 안전하게 처리해야 하는 더 큰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한폭탄’의 양은 90년 이후 누적된 것만 81만t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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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석면 규제 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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