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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8 20:06 수정 : 2013.05.28 20:06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지난 24일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주관으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 적응 오피니언 리더 워크숍에 참석했다. 국회, 언론계, 산업계, 지자체,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국가 기후변화 적응 역량에 대한 평가체계를 소개하고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폭염으로 인한 여름철 사망률 증가’, ‘홍수 위험에 처한 물관련 기반시설 증가’와 같은 형식으로 리스크 항목을 설정하고, 각 항목에 대해 개인, 사회, 자연 및 물리, 경제, 제도 등의 부문별 대응 점수를 매기는 형태의 평가체계가 설계되고 있었다. 매우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설명을 듣는 내내 왠지 공허하고 불편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배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리스크 항목별 가중치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소수점 두 자리까지 매길 ‘적정’ 기준 점수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날 불편함을 더한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적응’에 대한 평소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완화 정책’과 별도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 대책’은 분명 필요하다. 대기 중에 이미 누적된 온실가스만으로도 이미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얼마 전부터 국제 기후변화 협상장이나 여러 나라에서 적응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갑자기 높아진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돈 문제가 깔려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따르는 불편과 비용을 덜려는 부자 나라들, 적응 프로그램을 앞세워 이득을 챙기려는 가난한 나라 지배층들의 이해가 일치한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피해의 규모가 작을 것이라면, 제한된 자원을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적응’에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에서는 생태계의 가치가 제대로 고려될 수 없다. 온실가스 흡수에 따른 바닷물의 산성화와 그에 따라 소멸되는 산호는 어떻게 적응시킬까? 인간이 미처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곳곳에서 서식지를 잃고 죽어갈 생물들은 어찌할 건가?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은 인간이 모두 이해할 수조차 없다.

온실가스 감축에 앞서 적응이 너무 강조돼서 안 되는 이유 하나는 기후변화 피해의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데 있다. 적응 대책이 성공하려면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자연이 인간의 예상대로만 움직일까? 과거 많은 산림전문가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알래스카에서 전나무 숲이 더 무성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는 폭설이 잦아지면서 나뭇가지가 잘 부러져 나가고 병충해마저 심해져 알래스카의 많은 지역에서 전나무 숲은 오히려 쇠퇴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올리게 해준 특별한 걱정도 하나 있다. 기후변화 적응이 치적을 남기려는 국가나 지자체 지도자들에게 토목사업의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이 그렇게 시작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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