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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리소똥구리들이 지난달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서 포유동물의 배설물로 만든 경단을 굴려가는 모습. 긴다리소똥구리는 암수가 함께 경단을 만들어 굴려 옮겨서 땅에 구멍을 판 뒤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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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환경] 긴다리소똥구리 생존 확인
소똥으로 경단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류 3종이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진 가운데 곤충학자들로부터 생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목받아온 긴다리소똥구리가 강원도 영월에서 발견됐다. 1990년 강원도 철원과 양구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지 20여년 만이다. 지난달 초 강원도 영월군 남면의 한 야산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의 표본 확보를 위한 곤충 조사를 하고 있던 생물자원관 조사원 강의영씨의 눈에 포유동물이 남긴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들어왔다. 강씨는 산에서 배설물을 발견하면 언제나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주변에서 풍뎅이류 등 동물의 배설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들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 검은색 등껍질, 가늘고 긴 뒷다리길이 1센티의 작은 이놈이
마지막 남은 소똥구리인 듯하다 어릴 적 생각에 친숙한 것 같지만
정작 정확한 생태도 알지 못한다
이젠 개체수 적어 사라질 운명이다 혹시나 싶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배설물을 동그랗게 잘라내어 다지며 작은 경단을 만들고 있는 곤충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광택이 없는 검은색의 등껍질, 길이 10㎜가량의 작은 몸크기, 가늘고 긴 뒷다리 발목마디가 특징인 긴다리소똥구리였다. “곤충을 좋아해 20여년 동안 곤충 채집을 하러 전국을 돌아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특히 영월 주변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북방계 곤충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그동안 50차례 가까이 조사를 다녔는데,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류 곤충을 직접 보기는 20여년 전 강원도 홍천강가에서 동네 아이들이 잡아서 가지고 노는 것을 본 이후로는 처음이었습니다.” 암수로 한 쌍으로 보이는 긴다리소똥구리는 채 굳지 않은 배설물을 턱과 둥글게 구부러진 뒷다리로 꼭꼭 다져가며 자기 몸통과 비슷한 크기의 경단을 각자 완성해서는, 한 녀석은 앞에서 끌어당기고 다른 녀석은 뒤에서 밀며 굴려갔다. 강씨는 그 과정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표본용으로 채집해 국립생물자원관으로 가져갔다. 소똥구리는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가 쓴 곤충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곤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서 자란 40~5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는 어린 시절 소들이 풀을 뜯으러, 혹은 논밭에 나가 쟁기질을 하러 산길이나 농로를 오가면서 길가에 실례해 놓은 소똥 무더기에서 열심히 경단을 빚는 소똥구리의 모습은 흔했다. 소똥구리라고 하면 모두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국내에서 기록된 소똥구리과 곤충 33종 가운데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려가는 것은 왕소똥구리, 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 3종이 전부이다. 이름처럼 대부분 소똥을 주요 먹이로 하지만, 긴다리소똥구리와 같이 다양한 포유동물의 배설물을 함께 먹는 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종의 소똥구리류 가운데 소똥구리만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있으나, 곤충학자들은 긴다리소똥구리만 일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소똥구리과 곤충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국립생물자원관이 펴낸 생물지에서 소똥구리에 대해 “국내의 소똥구리류 중에서 우점종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1970년대에 들어와서 절종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기를 원한 한 곤충학자도 “긴다리소똥구리는 야생 포유류의 배설물에도 적응돼 있어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소똥구리는 30년이 넘도록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남한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단을 굴리는 소똥구리과 곤충 가운데 몸길이 20~33㎜로 가장 큰 왕소똥구리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며, 한때 충남 태안 신두리의 사구 지대에서 자생했으나 잘못된 보존정책으로 그 지역에서 절멸했다”고 지적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방목하던 소들의 배설물을 먹이로 하던 왕소똥구리들이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소의 방목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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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으로 경단 만들어 굴리는 긴다리소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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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는 왜 사라졌을까 축사에 밀려 풀밭소똥 격감하고 배설물엔 소화 안되는 것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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