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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호명면 백송리 선몽대 인근 내성천 하류의 모습. 이곳 강바닥도 낙동강 본류 준설에 따라 하류로 빠져나가는 모래의 양은 늘고, 영주댐에 막혀 상류로부터 공급되는 모래의 양은 줄어들면서 낮아지고 있다. 박용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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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환경] 4대강 공사 시름하는 내성천 현장
지율 스님이 제작한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는 다큐영화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진 낙동강 지류 내성천 중상류에서는 지금 영주댐 건설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용혈리 사이에 걸쳐진 높이 55m, 길이 400m의 댐 본체는 거의 마무리됐고, 본체에서 13㎞쯤 상류에서는 댐 안에 모래가 퇴적되는 것을 막는 유사조절지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수자원공사 계획대로면 내년 5월부터 물을 가둔다. 내성천에서도 경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운포구곡 아홉 구비 가운데 다섯 구비와 400년 역사를 지닌 금강마을을 비롯한 500여가구가 물속에 잠기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필요하게 확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꼽히는 영주댐이 주목을 끌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위장된 운하사업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 파괴를 초래할 영주댐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일단 중단하고 전체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질문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댐 사업을 넘겨받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거짓에 찬 사업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댐이기도 하다. 영주댐을 건설하는 주목적은 낙동강 본류 수질이 악화될 때 가둬놓았던 물을 흘려보내 수질 오염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2009년 1월 이뤄진 타당성조사 결과를 보면 영주댐을 통해 매년 얻는 편익의 86.2%가 낙동강 수질개선 편익으로 계산됐다. 이명박 정부가 앞에서는 준설과 보 건설로 물그릇을 키우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8800억여원의 막대한 사업비(순수 공사비 2500억여원)를 들여 국내에 건설된 사례가 없는 ‘수질개선용 댐’ 공사를 벌인 것이다. 정부 스스로도 물그릇 확대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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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에서 하류로 1㎞가량 떨어진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 변. 2010년까지만 해도 모래밭이었던 하천변 곳곳이 자갈로 뒤덮인 가운데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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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는 영주댐에 막혀 못내려와
강 살리려면 모래를 되돌려줘야 토종 흰수마자도 고향 떠나는데
4대강 수질악화 대비해서 짓는
영주댐 공사를 계속해야만 하나 영주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다가 한나라당 소속 수몰지역 지역구 의원들의 거센 반대로 포기한 송리원댐과 같은 댐이다. 물 건너간 줄 알았던 송리원댐이 영주댐으로 이름만 바뀌어 2009년 6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면서 되돌아왔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4대강 준설과 보 설치라는 커다란 문제의 뒤에 가려져 환경단체들도 미처 주목하지 못한 사이 계획 발표 6개월 만에 공사가 시작됐다.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안동을 거쳐 예천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총연장 110㎞의 내성천 중상류 아래쪽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된 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2일 돌아본 영주시 평은·이산·문수면의 수몰 예정지는 강 쪽을 바라보는 산등성이 곳곳이 벗겨져 황량한 모습이었다. 댐 속에서 부패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겠다며 수몰선 아래쪽 나무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다. 많은 주민들이 이미 이주해 인적이 사라진 내성천은 천연기념물 원앙 새끼들의 놀이터가 됐다. 농사를 짓지 않아 버려진 논밭 곳곳에는 내성천에서 퍼낸 모래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수몰되기 전 최대한 퍼내 수익을 올리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모래를 퍼내는 만큼 댐에 더 많은 물을 가둘 수 있게 되는 수자원공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댐 본체에서 1㎞가량 하류 지점에 있는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미림교 위쪽 내성천변은 ‘모래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이 자갈밭이었다. 하류로 1㎞가량 더 내려가봐도 마찬가지였다. 물 색깔은 탁했고 가장자리엔 거품마저 떠 있었다. 동행한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2009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 수십번 내성천을 돌아보고 있지만 2011년 봄까지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영주댐 공사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주댐 아래부터 내성천이 끝나는 삼강합류부에 이르는 50여㎞ 구간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변화는 모래가 점차 줄어들고 거칠어지면서 강바닥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래가 빠져나가 강바닥이 낮아지는 만큼 물에서 멀어지게 된 강변 백사장이 점차 풀밭으로 바뀌며 강폭도 줄어드는 듯했다. 댐에서 7㎞가량 아래쪽, 내성천 변에 자리잡고 있는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의 박종남 촌장은 “3년 전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정도로 모래가 많이 쓸려갔고, 백사장에 돌과 자갈이 많아지는 등 질도 안 좋아졌다. 마을 앞 교각을 기준으로 보면 강바닥이 거의 1m 정도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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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바로 위 수몰지역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평은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의 지난 2일 모습과 2010년의 모습. 3년 사이에 하천변 모래밭은 돌덩이들이 나타나는 등 거칠어졌고, 맞은편 산은 나무들이 베어져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박용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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