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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북극해 얼음 위성 사진. 왼쪽은 지난해 8월 기록적으로 줄어든 면적을 오른쪽은 이보다 커진, 그러나 평균보단 훨씬 작은 얼음 면적을 보여준다. 사진=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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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기자, 자신의 주장을 NASA의 발표처럼 보도
북극해 얼음 작년보다 늘어났지만 줄어드는 장기 추세는 변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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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에 얼음이 60%나 늘었다네요. 언제는 전부 녹는다더니….”
11일 오후 동료 기자가 포털에 인기검색어로 ‘북극해 얼음’이 떴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연, 포털에 줄줄이 올라 있는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지구가 더워지기는커녕 이제 곧 빙하기가 올 것이란 얘기도 있고,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설국열차 타야 하나” 등 흥밋거리 제목도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언론사와 방송사 인터넷판에도 이 뉴스가 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보도들은 엉터리이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얼음이 줄어드는 장기 추세는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지구 온난화가 중단되고 빙하기가 온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황당한 보도가 검증 없이 확산된 이유는 뭘까. 이 문제를 따져 보면 외신, 특히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보도는 9월8일 오후 2시께 <뉴스1>이 한 것으로 <네이버> 뉴스 목록에 나와 있다. “북극 빙하 1년 새 오히려 60% 늘어…지구 온난화 맞아?”란 제목의 이 기사는 들머리에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위성사진을 비교한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이라고 돼 있어, 마치 기자가 전문가들을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학설이 타격을 입고 빙하기가 올 것이란 엄청난 얘기를 하면서, 전문적인 해석을 한 그 기상학자의 이름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사실, 기상학자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이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나사가 위성 촬영한 북극해 얼음 사진이다. 지난해 8월 조그맣던 얼음이 올 8월엔 제법 커다랗게 나와 있다. 이 얘기를 다룬 기사가 빠짐없이 나사의 위성사진 2장을 올려놓고 있는 것도 두 말이 필요없는 사진 효과 때문일 것이다.
첫 보도 후 묻히는 듯하던 이 소식은 이틀 뒤인 10일 <세계일보> 인터넷판이 “온난화라더니… 북극 빙하 되레 60% 늘어”라는 기사를 계기로 다시 살아난다. 이 기사는 출처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임을 밝힌다.
그러나 나사의 사진이 워낙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이후에도 <동아> <중앙> <한국> 등 상당수의 매체의 인터넷판은 이 소식의 출처를 나사의 발표인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데일리 메일>을 출처로 명기한 <조선> <경향> 등의 인터넷판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사가 북극해 얼음 위성사진을 매일 찍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내용의 발표를 한 적은 없다. 영국의 한 기자가 나사의 자료를 이용해 나사의 의견과는 무관한 자신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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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얼음 증가를 다룬 <메일 온 선데이> 지난 8일치 온라인 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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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2013 사이 북극해 얼음 면적 변화. 그림=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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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얼음 면적의 변화. 전체적인 감소 추세 속에 해마다 부침이 있다. 증가할 때마다 해빙이 회복되고 온난화가 중단됐다고 할 것인가.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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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장기 추세.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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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부분적(파란선)으로 온도 하락의 일시적 변동이 있다. 그림=다나 누치텔리,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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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얼음의 면적과 부피를 함께 고려한 장기 추세. 그림=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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