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15 18:47
수정 : 2013.10.15 20:03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이 지지부진한 밑바탕에는 돈 문제가 깔려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각 나라 사이에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나누는 데 적용할 기본 원칙으로 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것은 ‘형평성’, ‘공통되면서도 구별되는 책임’, ‘각국의 역량’이 핵심이다.
형평의 원칙에 가장 충실하게 감축 부담을 나누는 방법은 기후 시스템을 교란시키지 않고 대기가 수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결정하고, 그것을 각 나라가 인구수대로 나눠 가지는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감축 부담을 할당하면, 국민 1인당 평균 배출량이 지구인 평균 배출량보다 많은 선진국들에 감축 부담이 집중되고, 국민 1인당 평균 배출량이 지구인 평균을 밑도는 나라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여유를 갖게 된다. 하지만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해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이 방법은 환영받지 못한다. 지구인 평균 배출량에 도달하는 것이 선진국 생활 수준 도달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발목이 잡혀 경제성장을 억제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구인 평균 배출량 기준 목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제안이 ‘수축과 수렴 방식’이다. 목표 달성 시점을 수십년 뒤로 늦춰 잡아, 현재 1인당 배출량이 기준치보다 높은 나라들은 해마다 일정 비율로 이를 줄여나가고, 기준치보다 낮은 나라들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을 억제해가면서 목표한 시점에서 만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런 형태가 됐든 아니면 또다른 형태가 됐든 온실가스 감축 부담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에 대한 합의다. 국제사회는 아직도 과학에 기초한 이런 양적 목표를 갖지 못하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이 나눠 가진 감축량은 지구 전체 차원의 명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없이 참가국들 사이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것일 뿐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2007년 제4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안정화 목표치로 450~550ppm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적인 목표치는 분명히 내놓지 못하고 “선진국 그룹은 2020년과 205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보다 각각 25~40%, 80~95% 적은 수준까지 감축하고, 개발도상국들도 배출량 증가폭을 ‘상당한 정도’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권고하는 데 머물렀다.
아이피시시는 지난달 공개된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마침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양적 목표를 분명히 제시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피하면서 인류가 앞으로 최대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이 4550억t이라고 밝힌 것이다. 전세계가 현재 해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00억t가량 된다. 인류는 이 4550억t을 어떻게 나눠 가지게 될까?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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