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따른 10년짜리 1차대책
종료 1년 앞두고도 성과 미흡
시정거리 오히려 줄어들고
질소산화물 배출량 감소도 더뎌
황산화물·미세먼지는 개선 전망
환경부는 2003년 말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소식을 알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대기질이 10년 이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어 맑은 날 서울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푸른 하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수도권 주민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1272명(전체 호흡기질환 사망자의 24%), 15살 미만 어린이의 천식 입원환자 수가 554명(전체 소아천식환자의 10%) 줄어들고,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피해비용이 10조원에서 3조원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 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10년(2005~2014년)짜리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대책의 시행 종료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도권 주민들의 기대가 충족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1년 대기환경연보’를 보면, 2011년부터 이전 5년 동안의 서울의 연평균 시정거리는 12.4㎞로 측정됐다.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이 시행되기 직전인 2004년부터 이전 5년 동안의 연평균 시정거리는 12.54㎞다. 광화학스모그를 일으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이산화질소(NO₂) 등의 오염도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시정거리가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2003년 당시 수도권 대기 오염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법까지 나온 배경에는 기존의 지방자치단체별 사후 농도 규제 중심의 대기질 관리로는 수도권의 대기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법 제정 직전인 2002년 서울의 대기질은 미세먼지(PM10) 농도가 연평균 76㎍/㎥으로 선진국 주요 대도시들의 1.7~3.5배, 광화학스모그와 오존 발생의 주범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연평균 36ppb로 선진국의 1.7배에 육박했다.
제1차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은 이에 따라 미세먼지(PM10),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4가지 오염물질을 관리대상 물질로 선정했다. 관리권역인 서울·인천·경기 일부(24개 시)에서 이들 오염물질을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들은 배출량을 할당받는 총량규제 대상이 됐다. 이를 통해 제1차 대책기간이 끝나는 2014년에 관리권역에서 미세먼지·황산화물·휘발성유기화합물은 2001년 대비 38.7%, 질소산화물은 53% 적게 배출하고, 서울에서 인체 건강에 특히 유해한 미세먼지 농도를 연평균 40㎍/㎥, 이산화질소 농도를 연평균 22ppb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으로 사업장 분야에서는 배출총량제 실시와 함께 최적 방지시설 기준 강화, 질소산화물을 덜 배출하는 보일러 보급 등이, 자동차 분야에서는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 강화, 경유차 배출가스 줄이기, 친환경자동차 보급 등이 집중 추진됐다. 수도권대기환경청에 따르면, 이런 사업들에는 지난해까지 2조652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4294억원이 추가로 집행될 예정이다.
3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제1차 수도권 대기 특별대책의 성적을 지표로 살펴보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자체 분석 자료를 보면, 오염물질 배출량 목표 달성 가능성이 있는 것은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뿐이다.
황산화물은 배출총량제를 적용받는 사업장들의 오염방지시설 개선, 자동차 연료의 황 함량 기준 강화 등이 효과를 발휘해 2008년부터 이미 2014년 목표 수준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미세먼지 배출량도 경유차에 대한 배출저감장치(DPF) 부착, 배출허용 기준 강화 등의 효과로 2004년 1만3915t이던 배출량이 2010년 9519t까지 줄어, 2014년 목표 배출량(8999t)에 근접했다. 특히 경유차를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효과로 서울의 도로변 미세먼지(PM10) 평균 오염도는 2004년 73㎍/㎥에서 2011년 55㎍/㎥까지 내려갔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 41㎍/㎥까지 떨어진 추세를 이어간다면 2014년 40㎍/㎥ 목표 달성도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심화되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목표 달성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특별대책 시행 이후 총배출량이 계속 줄고는 있으나, 감소 속도가 느려 2010년 배출량이 2014년 목표에 견줘 아직 1.8배나 많은 상태다. 사업장의 탈질설비 확충과 같은 질소산화물 저감에 효과적인 수단이 부족한 가운데, 배출량 통제가 안 되는 항공기·선박 등 오염원이 증가한데다, 영흥화력발전소 1~4호기 가동 등에 의한 질소산화물 증가분이 제작차와 사업장 배출허용 기준 강화 등에 따른 감축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결과라는 게 환경부의 자체 분석이다.
이산화질소는 농도 목표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 서울시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2008년 38ppb를 기록한 뒤 2009년 35ppb, 2010년 34ppb, 2011년 33ppb, 2012년 30ppb로 계속 내려가고는 있으나, 이런 추세로 2014년 목표 농도 22ppb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산화질소로 대표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크게 억제하지 못한 것은 1차 대책에서 이뤄진 성과를 가리는 최대의 실패로 꼽힌다.
휘발성유기화합물도 배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도장업체·세탁소 등 유기용제 사용시설에 대한 효과적인 저감대책이 추진되지 못해 2010년 배출량이 2014년 목표 배출량보다 1.7배나 많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줄인 것과 미세먼지 농도를 40㎍/㎥ 가까이 낮춘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질소산화물을 잡지 못한 것은 1차 대책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이다.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량이 증가하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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