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4 20:13
수정 : 2014.02.04 20:13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국제사회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해 2020년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의 3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은 우리나라를 국제 무대에서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예상보다 급증하면서 한때 정부가 2020년 배출량 전망치를 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전망치를 키우면 30%를 감축하더라도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릴 수 있다. 내용상 감축 약속을 어기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애초의 2020년 배출량 전망치를 유지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해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점점 다가오는 기후변화 위협 속에서 세계 제7위 온실가스 배출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나라든 개인이든 가난할수록 기후변화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나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 산업계에 ‘윤리경영’ ‘사회책임경영’ 같은 용어가 등장한 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최근 집요하게 계속되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제도 흔들기를 보면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만은 기업 윤리나 사회책임의 고려 영역 밖에 두는 듯하다.
산업계가 최근 집중적으로 딴죽을 걸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승용차엔 부담금을 물리고 배출량이 적은 승용차엔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교통수요 억제 정책 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방법은 많지 않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방안도 자동차에 붙어 있는 온실가스 배출구를 발전소 굴뚝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위험한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리지 않는 한 그렇다.
산업계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연비가 높은 유럽산 수입 승용차에 비해 국내산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제도 시행의 중단이나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보조금 제도는 본질적으로 상대적 유불리를 통해 작동한다. 자동차업체들에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차량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 형태를 바꾸도록 유도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핵심이다. 산업계의 주장은 결국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탄소차 협력금제 도입 방침은 이미 5년 전 확정됐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눈앞의 수익에 매달려 해외 업계에 비해 친환경 기술 개발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러고선 자신에게 불리하다며 제도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도 시행 중단이나 연기론을 펼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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