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18 19:38
수정 : 2014.02.18 19:38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애연가에게선 특유의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연기는 사라져도 냄새는 남는다. 운전 중 흡연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이 모는 차에서도 담배 냄새가 난다. 재떨이를 자주 비우지 않는다면 냄새는 더 지독하다. 찌든 담배 냄새는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불쾌감만 줄 뿐일까?
간접흡연으로도 불리는 2차 흡연(Second-hand smoke) 피해는 1차 흡연자가 들이마셨다가 내뿜은 담배 연기나 타들어가는 담배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호흡기로 들어가는 유해물질에 의한 피해를 말한다. 비흡연자들의 2차 흡연 피해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많은 나라에서 실내나 공중시설에서의 금연을 강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런 2차 흡연 피해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한 단계 더 나간 이른바 ‘3차 흡연’(Third-hand smoke) 피해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3차 흡연 피해는 사람의 몸이나 옷, 물건이나 생활공간 표면에 남겨진 2차 흡연 피해 유해물질들이 일으키는 피해다. 담배 연기에 오랫동안 찌든 탓에 나는 냄새가 대표적이다. 담배 냄새는 결국 흡연 과정에 나온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이 어딘가에 들러붙어 있다가 조금씩 떨어지면서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얼마 전 생쥐를 인간이 3차 흡연 물질에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실험실 환경에서 키우며 관찰해, 그들의 간과 폐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생쥐들의 간에서는 간경변과 간암을 일으키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했다. 폐에서는 과도한 콜라겐 생성과 사이토카인 염증 반응이 관찰됐는데, 이런 증상들은 폐기종과 같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은 또 3차 흡연 환경에 노출된 생쥐들에 게 생긴 상처는 치유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과, 이런 생쥐들에 과잉행동장애까지 나타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3차 흡연 물질이 단지 불쾌한 냄새를 만들어내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비흡연자들에게 실제 건강 피해를 강요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이와 같은 3차 흡연 피해는 특히 어린이들, 흡연자들의 배우자들, 흡연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건강상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실내나 가구의 표면, 먼지 등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와 비흡연자들의 호흡기로 들어가는 니코틴의 누적만으로도 흡연자가 직접 흡연을 통해 흡입하는 것과 비슷한 노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원하지 않는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에게 주는 피해에 대한 인식은 이제 일반화됐다. 하지만 담배 냄새가 배어 유발되는 피해는 이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다. 집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것으로 어린 자녀들을 유해물질로부터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고 믿어온 애연가 부모들은 이제 3차 흡연 피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김정수 선임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