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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3 20:17 수정 : 2014.02.23 22:24

2000년 서울·목포 등 20곳
초속 5~10m씩 낮춘 데 이어
2011년에도 일부지역 내려
“강풍 대비한 기준·기술 필요”

폭설 증가에 따른 건축물의 적설하중 기준 강화 필요성을 제기한 전문가 보고서를 정부가 10년 가까이 외면한 게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한겨레> 2월21일치 1면 참조) 폭설 못지않게 건축물 안전에 중요한 풍속 설계기준은 오히려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완화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2000년 6월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강한 바람의 압력으로부터 건축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상 지역별 기본풍속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이전 기준은 지역을 내륙과 해안1·2, 섬 등으로 구분해 초속 35~50m 범위에 두도록 했으나, 이후 행정구역별로 기준을 세분하면서 최저 25m에서 최고 45m로 최저·최고 기준을 낮춘 것이다.

당시 기준 개정에 참여한 하영철 금오공대 교수(건축공학)가 개정 직후 작성한 ‘건축물 하중기준의 풍하중 해설’을 보면, 기본풍속값이 높아진 지역은 한 곳도 없고 낮아진 지역만 전국에서 20곳이나 됐다. 서울·대전·광주·속초·울릉도 등 11개 지역의 기본풍속값은 초속 5m씩, 인천·목포·여수 등 9개 지역은 초속 10m씩 낮아졌다.

국토부는 2011년에도 지역별 기본풍속 기준을 다시 일부 완화했다. 이때 초속 25~40m 범위에 있던 충남지역 기본풍속값이 25~35m로 바뀌면서 최고값이 초속 5m 낮아졌다.

국토부가 이처럼 풍속 기준을 낮춘 것은 강한 바람 피해를 몰고 오는 태풍의 위력이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강력해지고 있는 현실과는 거꾸로다. 태풍 전문가인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반도 내륙에 상륙한 태풍의 위력을 결정하는 최대풍속의 극값(최고치)은 1975년 이후 30년 사이에 초속 15m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연간 최대풍속 극값의 1~4위가 모두 2000년 이후에 나타났을 정도로 바람의 위력은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강타한 ‘하이옌’과 같은 슈퍼태풍의 최고 도달 위도가 지난 38년 사이 북위 28도에서 북위 34도로 6도 북상하면서 한반도 쪽으로 600㎞ 이상 접근한 관측 결과를 근거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강한 바람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내풍 방재기술 연구를 진행해온 함희정 강원대 교수(건축공학)는 “현재 서울의 건축물 설계 풍속 기준은 10분 평균 초속 30m이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미래 태풍의 강도를 산정해보면 초속 33m까지 늘어나 시설물의 강풍 취약성이 15%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강풍에 대비한 기준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상이변과 관련된 건설 기준 개정 필요성에 대해 종합적인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기후변동에 관한 장기간의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노현웅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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