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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9 19:47 수정 : 2014.04.30 13:46

환경 이야기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중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대목 대부분이 삭제되고 물타기 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피시시의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5~6년 간격으로 과학자들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국제 기후변화 협상과 각 나라 기후변화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제공하는 중요한 보고서다. 논란이 된 것은 기후변화 과학, 영향·취약성·적응, 완화 등 3개 부문 가운데 완화 부문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 보고서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사람은 이 보고서의 핵심 저자의 한 사람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외신을 보면, 이 문제는 지난 6~12일 베를린에서 이 보고서를 최종 승인하기 위해 열린 아이피시시 총회에 참석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로버트 스타빈스 교수가 최근 아이피시시 사무국에 보고서 내용과 확정 과정에 좌절감을 표시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불거졌다.

애초 요약본 보고서는 한 쪽 반가량의 분량을 할애해 지난 20년간 진행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1997년 만들어진 교토의정서를 어떤 나라들은 비준조차 않고, 비준한 나라 중 일부는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축 약속이 지구 경제의 일부분에만 적용되면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평가는 어떤 나라들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가 끝나자 요약본에서 이 평가 부분은 반쪽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모두 삭제됐고, 교토의정서에 관한 평가는 “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참여, 이행, 유연성 메커니즘과 환경적 효과에 대한 교훈을 준다”고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번 논란은 아이피시시의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작성과 채택 과정에 내재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부문별로 1000여 쪽이 넘는 방대한 보고서다. 그러다보니 언론이나 각국 정부는 원본 보고서가 아니라 압축한 요약본을 보게 된다. 이 요약본이 최종 확정되려면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 대표단이 참석하는 아이피시시 총회에서 토론에 부쳐져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돼야 한다. 한 나라라도 불만이 있으면 통과되기 어렵다보니 이번처럼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고심해 넣은 내용과 표현까지 손대는 일이 벌어진다. 처음엔 과학적 보고서였지만 총회를 통과하면 정치적 보고서가 되는 셈이다. 이런 보고서 확정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이피시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for) 요약본’은 스타빈스 교수의 표현대로 ‘정책결정자에 의한(by) 요약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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