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25 16:06
수정 : 2014.07.25 20:48
기온 상승으로 소나무 생장 저조
30년 뒤 참나무류가 산 뒤덮을 듯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30여년 뒤면 소나무보다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가 산을 뒤덮어 애국가 가사가 무색해질지도 모르겠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이우균 교수 연구팀은 25일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소나무의 생장이 저조해지고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 분포는 넓어지는 등 식생의 변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 국토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4위에 해당할 만큼 숲이 많은 나라다. 산림의 경제적 가치는 10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생성 및 대기정화 기능의 비중이 가장 커 22조원이나 된다. 산림이 기후변화 저감과 완화 기능을 하지만 산림 자체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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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굴사 500살 소나무/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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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미래기후자료와 제5차 국가산림자원조사의 연륜 측정 자료를 활용해 2010~2050년의 소나무, 밤나무, 신갈나무 등의 생장 및 임상 변화를 예측해보았다. 우선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5차 국가산림자원조사 자료를 참고해 만든 수목 평균생장 데이터를 토대로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따른 생장 예측 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에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현재 추세로 이어질 경우인 대표농도경로(RCP) 8.5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연구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소나무, 일본잎갈나무, 밤나무 생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 자라지 않아 분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소나무는 현재 우리나라 수목 중 2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기온 상승은 신갈나무와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의 생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수량의 증가는 소나무나 참나무류 모두 생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의 논문은 최근 발간된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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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듯한 소나무가 있는 무풍한송길.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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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주도한 최고미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자원조사센터 과장은 “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는 줄고 참나무류가 늘어나는 자연천이 3단계가 진행 중이지만 기후변화로 천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소나무와 밤나무의 생장 저하는 내륙지역보다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더 심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해송이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숲은 인위적인 작용을 하지 않으면 한해살이풀에서 작은 나무(관목), 소나무(침엽수), 참나무(활엽수), 서어나무·박달나무 순으로 우점종이 변하는 자연천이 과정을 겪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산림면적이 약 640만㏊로, 활엽수림이 47%, 침엽수림이 37.8%, 혼효림(침엽수나 활엽수 어느 한쪽이 70% 이하인 경우) 11.6%, 죽림 등이 3.6%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활엽수림이 1995년 32.8%에서 2013년 54.9%로 증가하는 등 뚜렷한 자연천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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