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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12 19:47 수정 : 2014.08.13 20:44

땅속에 살던 참매미 애벌레가 나무에 올라 껍질을 뚫고 나오는 과정을 다중촬영 기법으로 찍은 모습(위). 2~3시간 동안 쉬엄쉬엄 진행하는 힘든 과정이다. 나무에 자리를 잡고 발톱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 몸을 부풀리는 매미 애벌레(아래 왼쪽)와 껍질을 빠져나왔지만 아직 날개와 몸이 무르고 눈이 불투명한 상태의 매미 성체(아래 오른쪽) 모습.

[물바람 숲] 참매미 우화 관찰기

“맴맴맴 미~”

참매미는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전령이다. 요즘엔 너무 많고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도 울어 어렵게 든 잠을 깨운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참매미도 몇 주일 안에 짝을 찾고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일정이 급하다. 참매미의 울음이 듣는 이에 따라 정겹거나 시원하기도 하지만 애절하기도 한 까닭이다.

빗속에도 멈출 수 없는 우화

지난 7월20일부터 경기도 김포에서 참매미의 탈피 과정을 지켜보았다. 집 주변에 들어선 공원은 20여년이 돼 제법 숲이 울창하다. 나무 아래 적당히 낙엽이 썩어 매미 유충이 흙을 뚫고 나오기 좋아서인지 매미의 우화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참매미 애벌레가 땅속에서 나와 우화하고 난 껍질(탈피각)은 흔히 보지만 매미 애벌레가 탈피하는 과정을 보는 건 쉽지 않다. 한밤에 이뤄지는 이 긴 탄생의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7월23일 참매미 애벌레의 탈피가 시작된 지 1시간 반쯤 지난 9시40분께 장맛비가 세차게 내린다. 비가 내리면 중단될 줄 알았던 탈피가 맑은 날보다는 느리지만 계속 진행된다. 한시가 급한 애벌레들은 여기저기서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탈피를 위해 나무 위로 기어올랐다.

7월28일 예상치 못했던 천적이 출현했다. 그동안 공원에서 고양이 서너 마리가 배회하며 촬영 장소로 접근하여 대수롭지 않게 쫓아 버리곤 했다. 그런데 인적이 드문 오전 2시께 나타난 길고양이가 탈피한 지 얼마 안 돼 날지 못하는 매미를 나무 위로 뛰어올라 낚아챘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나무마다 살피며 사냥하는 모습이 능수능란하다. 매미가 땅속에서 나와 나무 높은 곳으로 올라가 탈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몸집이 통통한 매미는 많은 동물에게 맞춤한 간식거리다. 낮 동안 직박구리는 매미 전문사냥꾼이다.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살피고 나는 매미를 쫓아가 잡기도 한다. 취약한 탈피를 밤중에 하는 건 이런 천적을 피하려는 것인데, 뜻밖의 다른 천적이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이후에도 땅바닥과 나무 위에서 애벌레와 성충을 가리지 않고 사냥했다.

8월1일 누군가 손전등을 비추며 매미를 잡는다. 이 밤중에 곤충 채집을 하나? 그의 손길은 바빴다. 탈피하려는 애벌레와 탈피 중인 애벌레, 성충을 가리지 않고 마구 잡아댄다. 왜 그리 잡느냐고 물었더니 “열대어 먹이로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람도 이제 매미의 천적 대열에 접어든 것이다. 채집통에는 60여 마리의 매미가 들어 있었다. “열대어 먹이 값이 얼마나 된다고 한두 마리도 아니고 살려고 나온 생명인데 너무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매미가 시끄럽다는 등 우물쭈물하며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땅속에서 3~4년 자란 애벌레가
굴을 뚫은 뒤 야음을 틈타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길고양이가 낚아채고
전문 채집꾼이 잡아댄다
나무에 단단히 붙은 빈 껍질은
기나긴 진통의 증거다

매미 애벌레는 땅속에서 여러 차례 허물을 벗고 자란 뒤 땅위로 나와 우화한다. 매미가 땅속과 땅위에서 얼마나 오래 지내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매미 애벌레가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은 일본의 연구 결과 등을 보면, 애매미 1~2년, 참매미 3~4년, 말매미 4~5년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이를 관찰한 연구는 이뤄진 적이 없다.

애벌레는 땅 표면 근처까지 굴을 뚫고 기다리다 저녁 8시께 마침내 지상으로 나온다. 어둠 속에서 느릿느릿 어설픈 동작이지만 나무를 찾아 오르기 시작한다. 목표는 발톱으로 단단하게 움켜쥘 수 있는 안정된 나무껍질이다.

이곳에 멈춘 뒤 30여분이 지나자 서서히 등이 부풀어 오른다. 탈피를 하는 데는 2~3시간이 걸린다. 애벌레의 탈피 시간은 개체마다 조금씩 달랐다.

새우등처럼 몸을 굽혀 한껏 부풀리자 탈피각이 머리 쪽부터 세로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껍질에서 윗몸을 빼내 몸을 일으켰다 굽혔다 하는 동작을 매우 조심스럽게 수십 번 몸을 떨며 되풀이했다. 오그라져 있던 날개가 3분의 1쯤 펼쳐지자 탈피각 머리 부분을 꽉 움켜쥐고 몸을 일으켜 세워 꼬리 부분을 껍질에서 완전히 꺼낸 뒤 날개가 펼쳐지길 기다렸다. 허물을 벗는 단계마다 힘이 든 듯 동작을 멈추고 숨고르기 시간을 가졌다.

허물을 갓 벗고 나온 매미는 전체적으로 색소가 없어 허옇고 날개에는 하얀빛이 돌았다. 눈에도 초점이 없어 보였다. 연약한 몸이 단단하게 굳어지고 눈이 반짝이고 날개가 꼿꼿하게 펴지는 데는 10시간이나 걸렸다. 애벌레가 땅위로 나와 완벽한 매미의 모습을 갖추는 데 12~13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우화하고 남은 탈피각은 애벌레가 탈피할 때 나무껍질을 꽉 잡는 지지대 구실을 해 성충이 빠져나오기 좋게 해준다. 또 몸이 마르고 굳어 날 때까지 의지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나무 위에 붙어 있는 흔히 보는 탈피각은 매미 애벌레가 나무껍질을 꽉 움켜쥐고 매미로 탄생한 기나긴 ‘산통’의 징표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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