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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남긴 ‘생태발자국’ 탓에 지난 두 세대 동안 지구의 야생동물 개체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사진은 1900년 10만마리에서 현재 1만마리로 감소한 치타. 마이클 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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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포식자는 줄곧 먹이 사냥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맹수의 일과는 그리 바쁘지 않다. 치타의 행동을 추적한 최근의 연구를 보면 하루 12% 동안만 움직였다. 3시간이 채 안 된다. 먹이를 찾아내 추적하고 마침내 추격해 죽이는 일이 쉽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냥 성공률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스캔틀버리 영국 벨파스트 왕립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치타 19마리에게 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오줌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에너지 소비 양상을 분석했다. 치타는 속도는 빠르지만 몸집이 작은 중형 사냥꾼이어서 종종 애써 잡은 먹이를 사자나 하이에나에게 빼앗긴다. 이런 먹이 도난이 치타가 줄어드는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론은 달랐다. 치타가 먹이의 25%를 빼앗기더라도 1.1시간만 더 사냥하면 된다는 것이다. 추가로 드는 에너지는 12%에 그쳤다. 탐욕스런 경쟁자와 위험하게 맞서기보다는 먹이를 싹싹하게 포기하고 새로 사냥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단, 먹이가 풍부하고 먹이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숲이 있다는 조건에서 그렇다. 이 연구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사람이 지금처럼 서식지를 훼손하고 먹이 동물을 쓸어간다면 수천년 동안 진화 과정에서 중형 포식자가 획득한 이러한 위태로운 균형은 쉽사리 깨지고 만다. 실제로 치타의 개체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10만마리에서 1만마리로 줄었다. 치타만이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1일 발표한 ‘지구 생명 보고서 2014’를 보면, 1970년 이래 지구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척추동물의 개체수는 52%나 줄었다. 두 세대 만에 지구 생물권을 함께 지탱하는 구성원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지구가 여벌로 하나 더 있는 듯이 행동하고 소비한다. 자연은 인류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 식량, 비옥한 토양, 적합한 기후 등 생태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런데 인류는 나무가 다 자라기 전에 베어내고, 태어나는 물고기보다 많은 물고기를 잡아내며, 화석연료를 태워 숲과 바다가 흡수하지 못할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식으로 자연의 재생 능력을 깎아먹고 있다. 이처럼 인류가 써버리는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면적의 땅과 바다가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 ‘생태발자국’이다. 세계자연기금이 이번 보고서에서 계산해 보니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지구 1.5개였다. 미국식으로 살면 지구가 3.9개 필요했고 한국인처럼 사는 데는 지구 2.5개의 생태계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는 6일부터 2주일 동안 본회의를 연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목표를 달성할지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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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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