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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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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생명
장애 동물 입양
▶신체적 장애는 동물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동물은 분명 비장애 동물과 생김새나 사는 모습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여기 불의의 사고로, 혹은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다치고 신체적 장애가 남은 동물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2월19일 자정이 넘은 시각, 경기도 포천의 한 한적한 도로에서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소리에 놀란 차는 잠시 멈췄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침 길가에는 소리에 놀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소리의 지점으로 다가갔고, 두 마리의 개가 길 위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는 이미 의식을 잃었고, 다른 한 마리는 괴로워하며 앞다리로만 버둥거리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개는 호흡을 멈춘 상태였다. 그는 다친 개를 안고 병원을 찾았으나, 한밤 중에 문을 연 곳은 포천에 없었다. 날이 밝고 이 구조자는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월드펫동물병원을 방문했다. 수의사는 교통사고로 척추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돼 두 뒷다리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는 병원에 입원해 골절과 외상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날 즈음 시작됐다.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는 이 개가 갈 곳이 없었다. 그는 병원에 개를 데려다 준 이후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여겼는지 병원의 연락을 잘 받지 않았다. 오갈 데 없는 개는 치료가 끝나고도 여섯 달을 더 병원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개는 9월11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유기동물 입양카페인 ‘아름품’으로 보내졌다. 이 개는 카라에서 ‘유피(UP)’라는 이름을 얻었다. 건강을 회복해 뒷다리로 일어서서 뛰어다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진 이름이었다.
유피에게 찾아온 기적
유피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라의 더불어숨센터에서 1층과 2층을 오가며 지냈다. 1층은 유기동물 입양카페인 ‘아름품’이고, 2층은 ‘카라동물병원’이다. 유화욱 카라동물병원 원장은 유피의 재활을 위해 한방침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덕분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뒷다리를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아주 간혹 일어선 상태로 몇초간 버티기도 했다. 척추신경이 손상돼 하반신이 완전 마비된 유피에겐 기적같은 일이었다.
더 큰 기적은 1층에서 탄생했다. 유피는 처음엔 1층에서 찬밥 신세였다. 앞다리로만 몸을 끌고 다니면서 바닥의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 써야했고, 특수제작한 휠체어도 불편하기 때문에 오래 타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격리된 우리 안에 머물며 분방하게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바라만 봐야했다. 이 무렵 아름품에 자주 찾아와 유기동물을 구경하고 차를 마시곤 했던 서혜민(31)씨는 그런 유피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30일 오후 아름품에서 만난 서씨는 “처음엔 갇혀있는 게 안타까워서 관심이 갔는데, 점점 서로를 알아보고 날이 갈수록 정이 갔다”고 말했다. 카페 주인은 서씨가 찾아오면 유피를 우리에서 꺼내 안겨줬고, 그렇게 둘은 시간을 보냈다. 서씨는 함께 사는 가족들과 논의 끝에 10월 중순경 유피를 ‘임시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유기동물의 ‘임시보호’는 입양자를 찾기 전에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양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적응기간을 갖는 것도 임시보호에 해당된다. 유피에게 가족이 생긴 것이다. 임미숙 카라 사무국장은 “유피는 정말 운이 경우다. 장애동물은 입양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30일은 유피가 일주일에 한번씩 침을 맞으러 카라동물병원을 찾는 화요일이었다. 유화욱 원장이 등에 침을 하나씩 꼽았다. 유피는 종종 찡그리거나 짖곤 했으나, 대체로 얌전하게 침을 맞았다. 침을 등에 꼽은 상태에서 예방주사를 두 대 맞을 때는 많이 아픈지 몸을 여러차례 비틀었다. 유 원장은 유피의 뒷다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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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왼쪽)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라동물병원에서 침치료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유피는 침치료로 다소 건강이 호전됐다. 이제 태어난지 갓 3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사당이(오른쪽)는 탈장과 대퇴부 골절로 한달전 응급수슬을 받았다. 지난 31일 부목을 댄 사당이의 다리에 붕대를 새로 감았다. 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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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를 임시보호 중인 서혜민(31)씨의 가족사진. 서씨의 남편은 유피의 식사를 챙겨주고, 동생은 목욕을 맡고, 서씨는 산책을 전담한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했다. 이 가족은 유피의 입양 의사를 밝혔다. 서혜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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