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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이포보 공도교를 걷던 한 남성이 마구 달려드는 동양하루살이 떼에 놀라 입을 가린 채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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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앙 닥친 ‘4대강’ 현장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 남한강 이포보. 때 이른 폭염 속에 어스름이 깔려오기 시작하자 묵묵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부는 바람이 한낮의 더위를 말끔히 씻겨주는 듯했다. 그러나 가로등이 하나둘씩 들어오자 금세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 편의점은 간판등만 남긴 채 재빨리 내부 전등을 껐고, 자전거를 타던 주민들은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백로의 알을 형상화했다는 이포보 위 거대한 구조물에 조명이 켜지자 사람들은 갑자기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모차를 끌던 엄마는 겉옷을 벗어 아이의 얼굴을 감쌌고, 중년의 남성은 입을 가린 채 공도교를 뛰다시피 건넜다. 인근 이천시에서 가족과 함께 이포보에 놀러 왔다는 송아무개(58)씨는 “조용히 강바람 쐬러 나왔는데 몇 분도 걷지를 못했다”며 곧바로 돌아갔다. 초여름 밤 한적한 강가에 비상을 건 장본인은 ‘동양하루살이’ 떼다. 비교적 깨끗한 물인 2급수 이상 하천이나 계곡에서 서식하는 대형 하루살이로, 몸길이는 10~20㎜, 날개 편 길이가 50㎜다. 강을 따라 놓인 자전거도로에서 동양하루살이는 불빛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머리와 옷에 다닥다닥 달려들었다. 일일이 손으로 털어내야 할 지경이었다. 해가 진 뒤 한두시간이 지나자 죽은 동양하루살이가 곳곳에 수북이 쌓였다. 편의점 재빨리 문닫고 내부 소등엄마는 겉옷벗어 아기얼굴 감싸
‘4대강’ 뒤 물흐름 느려 ‘이상증식’
약품 못써 물대포 쏜 뒤 쓸어담아
“장사 안되고…하루도 안 편해요” 이포보에서 3년 넘게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아무개씨는 “2~3년 전부터 날벌레가 크게 늘어나 생업까지 지장을 받는다. 주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이놈들을 잡아 고기로 팔아 먹고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포보는 한강 수계 맨 아래쪽 보여서 물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린 탓에 유충이 떠내려가지 않아 하루살이가 극성을 부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름이 이제 시작인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편의점 한쪽에는 동양하루살이를 불어내기 위한 휴대용 송풍기도 놓여 있었지만, 문을 열고 영업을 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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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주변 대형 하루살이 때문에 편의점이 영업 시간에 정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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