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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는 국내의 한 화력발전소 모습.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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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감축 계획’ 후퇴 논란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사실상 취소하는 내용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놔 비판이 거세다. 2009년 11월 이후 우리나라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밝혀왔다. 국무조정실과 외교·환경·산업통상자원부 등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관련 부처는 11일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14.7%(1안)·19.2%(2안)·25.7%(3안)·31.3%(4안) 줄이는 4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한 뒤, 2020년 출범할 국제사회 새 기후체제에서의 우리나라 기여 계획(INDC)으로 작성해 이달 하순 유엔에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가장 완화된 안인 1안에 대해서조차 여전히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의 책임을 외면하고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 발표는 특히 지난해 페루 리마 기후회의에서 합의된 이른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후퇴금지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국제사회의 기후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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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기존 목표와 새 감축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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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31.3% 감소 4개 방안 내놨지만
모두 2020년 감축 목표서 후퇴 산업계 압력에 뒷걸음
2009년 국제사회에 한 약속
사실상 팽개친 셈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등
실리만 챙기고 7위 배출국 책임 소홀
‘먹튀국가’ 오명 뒤집어쓸 우려 ■ 한국 2020년 감축 목표는 홍보용? 한국은 2009년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님에도 2020년 감축 목표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국으로 부각됐다. 2012년 독일과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강조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 전략이 먹혔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었다. 2020년 감축 목표를 내세워 이런 실리만 챙기고 약속을 지키려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약속을 파기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먹튀’ 국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앞서 유엔에 ‘기여 계획’을 제출한 38개 나라 가운데 자신들이 앞서 발표했던 내용에 못 미치는 기여 계획을 제출한 나라는 없다. 정부안대로면 한국이 후퇴금지 원칙을 깨는 첫번째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우려도 있다. ■ 국제사회 설득 쉽잖을 듯 각 나라는 유엔에 기여 계획을 제출할 때, 그 계획이 국가의 책임과 능력에 비춰 얼마나 의욕적이고 공정한지 설명해야 한다. 또 계획 수립의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이전 정부뿐 아니라 현 정부도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 2020년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중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재확인하면서, 목표 설정이 과학적·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스스로 과학적·객관적이라고 강조했던 분석 결과를 불과 6개월여 만에 부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민관합동검토반으로 감축 목표 준비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산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이 계속 하락하는데도 정부는 과거에 전망한 성장률을 고수했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산업구조 전망 역시 합리적이지 않았다”며 “국제적 검증 작업이 이뤄지면 배출량 전망 부풀리기로 지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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