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래종은 서식지 파괴에 이어 생물을 멸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다. 취미로 기르다가 야생에 놓아준 동물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 7일 강원도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된 남미 아마존 산 육식어종 피라니아. 사진 환경부 제공
|
국내 유입되는 관상용 외래생물 매년 25%씩 증가
횡성 피라니아 취미용으로 기르다 누군가 버린 것
인류의 인위적인 생물 뒤섞기는 생태계 파계 원인
기르던 외래생물 함부로 놓아주거나 버려선 안돼
생물다양성 세계의 금언은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이다. 고립과 격리는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지만 통합은 어느 한쪽의 멸종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태평양의 외딴섬 갈라파고스가 ‘진화의 실험실’이 된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 떨어져 있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결합은 비극적 사건이었다.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과 붙어 있던 남아메리카는 3500만년 전부터 외딴 대륙으로 떨어져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생물이 진화했다. 코끼리만한 나무늘보,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1t짜리 쥐, 키 3m의 포식자 ‘테러 버드’ 등등…. 그러나 300만년 전 지각변동으로 남·북 아메리카가 충돌해 연결되자 검치호, 400㎏ 무게의 사자, 곰 등 포식자가 남아메리카로 쏟아져 들어와 거대 초식동물 등 특이한 동물이 모두 멸종했다. 생물지리학자 데니스 매카시는 이를 “티라노사우루스 몰락 이후 가장 큰 살육 사태”라고 불렀다.
남아메리카를 짓밟은 북아메리카 동물은 1만2000년 전 똑같은 운명을 맞았다.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아져 베링해가 육지로 이어지자 유라시아에서 인류가 건너왔고, 매머드와 검치호를 비롯해 대형 포유류 대부분이 곧 멸종했다.
인류가 지구에 남긴 족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사이먼 루이스 영국 런던대 박사 등은 남극에서 시추한 얼음층을 분석한 결과 1570~1620년 사이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갑자기 7~10ppm 줄어든 사실을 알았다. 연구자들은 지난 3월15일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그 원인을 1492년 콜럼버스의 상륙 이후 벌어진 유럽인의 신대륙 정복이라고 보았다. 유럽인이 옮겨온 병원체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5000만명이 사망했고, 이들이 재배하던 방대한 농지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면서 대기 속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던 것이다.
인류는 농작물, 가축, 병균 등의 생물을 세계 곳곳에 옮겨놓았다. 세계화는 점점 가속화해 인류는 지구 차원에서 생물 뒤섞기를 하고 있다. 마치 초대륙 판게아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인류는 지구를 하나의 대륙으로 만들고 있다.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함께 이런 생물 이동이다. 헤라르도 세바요스 멕시코국립자치대 박사 등 연구자들은 6월19일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보수적으로 쳐도 지난 세기 동안 척추동물 종의 평균 멸종률은 과거보다 114배 컸다”며 “우리는 이미 제6의 대량멸종에 접어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
외래종은 서식지 파괴에 이어 생물을 멸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이다. 취미로 기르다가 야생에 놓아준 동물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 8일 충북 청주시 성화동의 한 웅덩이에서 발견된 남아프리카산 발톱개구리가 참개구리를 안고 있다. 애완용으로 기르던 희게 변색된 종이다. 사진 두꺼비 친구들 제공
|
|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