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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키니즈. 위키피디아 코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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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박정윤의 동병상련
며칠 전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신문 기사에서 ‘강아지 성형’과 관련된 글을 읽었다고, 강아지 성형수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인터뷰였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비포’와 ‘애프터’ 강아지 성형 사진이 실린 기사였다. 사실 사진 속 수술은 동물병원에서 종종 시행되는 의료 목적의 성형수술이었다. 문제는 다소 자극적인 기사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강아지의 다리에 있는 지방을 제거해 모양을 내는 수술, 늘어진 유선을 보기 좋게 성형해주는 가슴 성형수술 그리고 보톡스 시술이 인기라고 쓰여 있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헉’ 하는 비명이 나왔다. 외과의인 나도 듣도 보도 못한 성형수술이었다. 인터뷰 내내 나는 보톡스니 지방 제거니 하는 수술은 일반적인 성형수술이 아니라고 말했고, 오히려 ‘정말 그런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촬영팀은 우리 병원 인터뷰를 마치고 해당 병원을 찾아간다고 했다. 그 병원의 의견도 듣는다고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아는 성형외과 의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고양이를 키우는 한 지인이 중성화수술을 시킨 뒤 자신에게 고환을 실리콘 보형물로 만들어 넣어달라고 청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찌어찌해서 수술을 해주었는데 보형물 넣은 피부가 괴사되어 결국 다시 병원에 가서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화가 나서 한동안 잠을 못 잤다. 심심치 않게 반려동물의 이야기가 가십처럼 확대 해석되어 부풀려지는 기사가 많다. 미용성형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보편적인 현상인 양 얘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말이 거슬렸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에 그런 기사를 보며 ‘오! 나도 우리 강아지를 예쁘게 수술시켜야지!’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지극히 상식적인 대다수의 반려동물 보호자에겐 이런 일은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동물 키우는 것들은 별별 짓거리를 다 하는구나’ 하는 비난을 받기 쉬운 가십성 기사였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확대해서 기사가 되면 엉뚱한 파장이 생긴다. 괜한 논란에 ‘성형수술’이라는 말만으로 꼭 필요한 수술임에도 보호자가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 될까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동물의 성형수술은 ‘미용’ 목적이 아니다. 대부분의 동물병원에서 시행되는 성형수술은 의료적인 치료 목적에 의한 수술이다. 페키니즈의 안면 주름에 있는 털이 눈을 찔러 각막 손상을 일으키는 문제로 시술되는 ‘주름 제거 수술’이나, 몰티즈의 내안각(눈의 안쪽 모서리)에 잘못 나 있는 첩모(속눈썹)가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눈을 자극하기 때문에 교정하는 ‘내안각성형술’(기사 속의 앞트임수술)은 모두 의료적인 목적이다. 강아지 ‘콧구멍 성형수술’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심하게 눌린 단두종의 경우 콧구멍이 좁아서 숨을 쉬기 힘들어 코를 심하게 골고 입을 벌리고 호흡하게 된다. 이때 콧구멍을 넓혀주어 호흡이 힘들지 않게 치료한다. 예전에 안검내번(안검이 안쪽으로 말려 있는 상태)으로 눈에 심한 상처가 나서 눈을 뜨지 못한 아프간하운드를 동물단체가 구조해 데려온 적이 있다. 쌍꺼풀 수술하듯 눈 성형수술을 해주니 상처도 치유되고 시력도 회복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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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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