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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천도재’ 지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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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영정 앞 애틋한 작별
“내가 사랑받는 존재란 걸 알려줘” 병에 걸려 치료비가 많이 들거나 성격이 별나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비정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하늘나라로 떠난 반려동물을 잊지 못해 49재 등 ‘천도재’(사진)를 지내는 이들도 있다. “소천망 ‘설롱이’ 영가, 소천망 ‘깜순이’ 영가, 소천망 ‘사월이’ 영가….” 1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불광사. 심장병, 당뇨, 교통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난 강아지 23마리의 이름이 차례차례 불려졌다. 합동천도재를 주관하는 불교동물자비실천회 정광 스님이 불경을 읽는 1시간30분 동안 전국에서 모인 반려견 주인 17명은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며 흐느껴 울었다. 주인 이름과 ‘亡(망) 다롱이’ 등 반려견 이름을 함께 적은 위패 앞에는 생전 귀여운 표정의 강아지 사진액자가 세워졌다. 절이라 제상에는 고기 대신 식물성 사료와 개껌, 멜론, 사과, 배, 약과가 올랐다.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물을 올리고 세 번 절했다. 40·50대 부부도 많았는데, 많이 이들이 ‘종교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사랑이를 키우면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유기견이던 설롱이는 소심하지만 밝은 아이였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 사람은 아니지만 나랑 인연을 맺은 생명이니 참 고마운 인연이 아닌가. 나중에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등의 말을 남겼다. 정광 스님은 “윤회를 믿는 불교에서는 축생과 인간은 껍데기만 다를 뿐 영은 같다고 보기 때문에 사람에게 지내는 것과 같이 천도재를 지낸다”고 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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