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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8 18:25 수정 : 2005.10.19 17:36

토끼 때문에, 여우는 묘지를 기웃거린다

여우는 예전부터 많은 풍자와 오해의 대상이 돼 온 동물이다. 허황된 귀신 이야기를 다루던 예전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면 어떤 때는 아예 여우가 주인공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람들이 여우를 대상으로 기묘한 표현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여우의 기본적 생태습성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여러 면들이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의 하나가 된 듯하다. 여우는 자신의 집을 만들때 직접 굴을 파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토끼 굴이나 오소리 굴을 빼앗아 사용하곤 한다. 원래 오소리는 아주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여우와 직접 싸워도 결코 지지 않을 동물이다. 하지만 여우의 꾀는 이기지 못해 자신의 집을 쉽게 넘겨주곤 한다.

여우가 굴을 빼앗는 방법은 참 재미있다. 오소리가 잠시 굴을 비운 틈을 타 여우는 오소리 굴 속에 소변과 똥을 여기저기 마구 누어놓고는 잽싸게 도망쳐 버린다. 나중에 굴로 돌아온 오소리는 굴 속을 진동하는 고약한 냄새를 오래 참지 못하고 결국 떠나버리게 된다. 그 굴은 여우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야생이라는 거친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이겨내야 하는 그들의 일생을 생각해 보면 그들을 약삭빠르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오히려 영리하고 재치가 많은 것으로 이해되기 바란다.

먹이는 쥐를 즐겨 잡아 먹으며, 토끼, 새, 개구리도 곧잘 먹는다. 새끼 고라니처럼 약하고 작은 것들은 여우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흔히 묘지터는 산중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한다. 고운 흙이 덮여 있고 짧은 풀들이 자라나 토끼나 고라니가 풀을 뜯기에는 아주 적당하다. 산중에 있는 묘지 부근에 여우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런 동물들을 쉽게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쌘 쥐를 잡는 모습도 재미있다. 쥐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최대한 접근해, 갑자기 몸 전체를 공중으로 높이 점프한 후, 주둥이가 목표물을 향하도록 아래로 내려 꽂듯이 공격을 가한다.

예전에는 산골의 인가 주변에 자주 나타나던 동물이었다. 그러나 여우 목도리를 얻기 위한 과도한 사냥, 그리고 과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던 쥐잡기사업 때 쥐약에 의한 2차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여우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 철책으로 가로막혀 북한으로부터의 야생개체군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남한의 여우들은 매우 적은 숫자만 겨우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여우의 실물이 지난해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숨진지 얼마 안 된 상태로 발견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제 야생 여우에 대한 확실한 물적 증거도 얻어졌다. 앞으로는 그들의 서식실태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얻어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연구자료를 크게 늘리는 일만이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우리의 유전자원을 영구적으로 보존할 방법을 찾게 해주는 지도가 된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 hansy@wildlif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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