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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31 20:02 수정 : 2016.06.01 10:07

주왕산 주왕계곡은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깊은 협곡이 장관을 이룬다. 용결응회암이 굳은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 생긴 경관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주왕산 기암절벽

주왕산 국립공원은 들머리부터 머리 위로 보이는 깎아지른 7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기암단애가 압도한다. 계곡에 들어서면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 양쪽으로 병풍처럼 늘어선 협곡이 곳곳에 펼쳐진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1000m에 이르지 못하는 산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깊고 가파른 협곡이 생겨난 이유는 뭘까.

지난 19일 쪽동백과 층층나무 꽃이 한창인 주왕계곡을 찾았다. 들머리 하천 바닥엔 경상분지 일대에서 보이는 퇴적암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걸음을 옮기면서 암석은 현무암을 거쳐 응회암으로 바뀌었다. 평온하던 지역에 대규모 화산이 여러 차례 활동하면서 용암과 화산재를 뿜어냈다는 증거다.

동행한 황상구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주왕산 계곡은 대부분 깊이 350m 두께로 쌓인 응회암이 깎여 생겼다”고 말했다.

대전사에서 주왕계곡을 따라 1㎞ 떨어진 용추폭포에 이르기까지, 폭포와 소를 이루며 흐르는 주방천을 사이에 두고 암벽이 이어진다. 수직단애인 망월대, 급수대, 병풍바위, 학소대가 차례로 협곡을 내려다보고 촛대봉, 관음봉, 연화봉, 시루봉 등 기묘한 형태의 봉우리도 눈길을 끈다.

화산재라면 평평하게 쌓였을 텐데, 어떻게 이런 수직 경관이 만들어졌을까. 용추협곡 절벽에 드러난 암석에 의문을 풀 단서가 있다. 회색 절벽 곳곳에 흰색 암석이 수평으로 납작하게 찌그러진 채 박혀 있다. 황 교수는 “이렇게 변형된 부석이 단단한 용결응회암이 형성된 증거”라고 말했다. 부석은 땅속 마그마방 상부에 모인 휘발성 가스가 폭발할 때 만들어진 공기구멍이 많은 암석 덩어리다.

황 교수 등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주왕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연해 보자. 중생대 말인 약 6700만년 전 한반도는 여기저기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하던 ‘불구덩이’였다. 청송군 현동면에 있는 백두산 천지 규모인 긴지름이 10㎞에 이르는 화구호인 면봉산 칼데라는 그런 예다. 주왕산 동쪽 15~20㎞ 지점에도 활화산이 있었다. 화구로부터 용암 대신 600~800℃의 뜨거운 화산재가 쏟아져 내렸다. 며칠(또는 몇년) 동안 주왕산 근처의 큰 대접처럼 오목한 지역에 화산재가 수백m 두께로 쌓였다. 표면과 바닥은 급격히 식었지만 두텁게 쌓인 화산재 중간은 고온을 유지했다. 그 바람에 화산재가 녹아 엉겨붙고 부석이 납작해지면서 구멍이 없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고온에서 굳은 응회암은 마치 쇠를 녹여 용접한 것처럼 단단해졌다.

일단 용결응회암이 형성된 뒤 계곡을 깎아낸 것은 물의 힘이다. 화강암은 화학적 풍화를 받아 푸석푸석한 돌이 돼 쉽게 부서지지만 용결응회암은 좀처럼 부서지지 않는다. 반면 응회암은 식어 굳을 때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생기기 때문에 침식을 받으면 수직으로 떨어져 나간다. 협곡의 절벽을 자세히 보면 최근 주상절리가 떨어져 나간 부위가 주변보다 깨끗하게 드러나 있다.

주왕산의 세 계곡인 주왕·노루용추·절골 계곡은 모두 용결응회암이 수직으로 잘려나가고 하천이 바닥을 깎아내면서 형성됐다. 좁은 협곡에 물의 힘이 모이는 곳에는 폭포와 돌개구멍 등 다양한 하천지형이 생겼다. 용추협곡의 최상류에 있는 용연폭포 옆에는 물살이 쳐 생긴 동굴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폭포가 하천 바닥을 깎아내면서 차츰 뒤로 물러나며 잇따라 절벽을 파낸 흔적이다.

황 교수는 “주왕산은 정상까지 3시간이면 갔다 오는 높지 않은 산에서 응회암 덕분에 깊은 협곡이 형성돼 특이한 지형을 갖춘 곳”이라며 “하천지형의 진화 과정을 손쉽게 볼 수 있어 교육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청송/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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